"마타하리, 저와 닿은 부분 많아"…비상계엄에 "무섭기보단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
프랭크 와일드혼 "옥주현에 영감받아 작곡…김준수·홍광호·박효신, 세계적 재능"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마타하리는) 저와 닿아 있는 부분이 많은 여성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다른 작품보다 '이런 마음은 어떤 걸까'라는 물음표가 제일 적은 뮤지컬이 '마타하리'예요. '마타하리'가 오기까지 너무 기다렸어요. 마치 '롱디'(장거리 연애)를 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곧 만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첫 연습을 하러 갔던 기억이 나요."
배우 옥주현이 지난 6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뮤지컬 '마타하리'를 공연하게 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에서 이중간첩 혐의로 처형된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올해 네 번째 시즌을 맞는다.
옥주현은 2016년 초연부터 주인공 마타하리를 맡아왔다. 마타하리 하면 옥주현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다.
그는 극 중 마타하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프랑스의 첩보 활동을 도운 것을 언급하면서, 원하지 않은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면서 해 나가는 것을 마타하리와 닮은 점으로 꼽았다.
그는 "소중한 것을 어떻게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지 알아가는 게 삶인 것 같다"며 "마타하리는 극적인 소중함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감당해야 하는지를 극 중에서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 번째 시즌을 맞는 소감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즌을 발전시키면서 저와 연출님, 배우들이 아이디어가 많았는데,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어떻게 해야 좋은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며 "이번 여정은 출발부터 남달랐고 소름 끼치도록 쫀득하게 좋았다"고 떠올렸다.
특히 세 번째 시즌부터 맡아온 권은아 연출의 공이 크다고 짚었다.
그는 "뮤지컬에 '휴먼'(인간적인 요소)이 짙어야 하는데 그렇게끔 정서를 잘 다듬고 알맞은 곳에 배치해주셨다"며 "소재 자체도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을 작품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공연 취소와 같은 위기감이 생기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계엄령이 너무 무섭다기보다는 (공연)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라고 느낀 시작이 메르스였고 그다음이 코로나19였다"며 "계엄령이 떨어졌을 때도 코로나19와 같은 거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은 운명이고 그것에 따라 잘 살아가야지, (생각) 하나밖에 없다"며 "매 순간에 열심히 주어진 시간을 잘 쓰면서 살아가야겠단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데뷔한 지 20년이 다 돼 가는 뮤지컬 배우로서 소감을 묻는 말에는 "새내기일 때 선배님들을 보면서 (목 등을) 잘 관리해 음악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오래 머물고 싶었다"며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발전시키고 보존시키려고 노력한 시간이 저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그런 노하우를 알려주는 교습도 하고 있다고 했다.
'마타하리'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의 소중한 인연도 언급했다.
옥주현은 "본인이 작곡한 다른 음악도 들어보라고 보내주시는데, 이 시대에 이런 작곡가가 저를 특별하게 생각해줘서 특별한 일을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큰 감사"라며 "(그의) 노래를 부르면서 정말 많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옥주현과 자리를 함께한 와일드혼은 "옆에 있는 분(옥주현)에게 영감을 받아 이 공연을 만들었다"며 "('마타하리'를) 이분의 공연이라 해도 맞는 말이다"라며 웃었다.
또 "옥주현 배우는 이 음악을 아름답게 연주하는 분으로 오케스트라 전체를 다 대변할 때도 있다"며 "그는 음악의 '베스트 프렌드'(가장 친한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약 10년 전 옥주현을 처음 소개받은 기억, 뉴욕에서 옥주현의 노래 녹음본을 같이 듣던 브로드웨이 동료들이 감탄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와일드혼은 '마타하리'뿐만 아니라 '지킬앤하이드' 등의 음악도 만들어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작곡가다. 올해 연말 그가 참여한 '지킬앤하이드', '웃는 남자', '시라노'도 국내 무대에 오른다.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규모의 국가에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수는 대단하다"며 "옥주현·김준수·홍광호·박효신 등은 정말 세계적인 수준에 맞는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욕, 런던 혹은 다른 나라의 뛰어난 가수들을 위해 음악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가수들을 위해 음악을 쓰는 것을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어로 된 작품의 작곡을 담당하게 된 데 대해서는 "음악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경계가 없다"며 "공연하는 데 진실하게, 열정을 갖고 한다면 다 통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두 번째 교향곡을 녹음할 계획이라는 점도 밝혔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내년 3월 2일까지 진행된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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