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수도장악 "다마스쿠스 해방"…총리 "새 시대, 자유선거 촉구"
53년 부자 세습독재 종지부, 알아사드 소재 불분명…시민들 거리나와 환호
美 등 국제사회 예의주시…트럼프 "시리아에 관심잃은 러, 우크라전 결단할때"
시리아군, 반군 해방선언 후 성명통해 "시골지역에서 군사작전 계속중"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대대적인 공세를 통해 불과 열흘 남짓 사이에 '파죽지세'로 주요 도시를 속속 점령해온 시리아 반군이 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장악했다.
'시리아의 학살자'로 불리며 철권통치를 이어 온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반군이 코앞에 다가오자 도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가자전쟁에 이어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중동정세가 또다시 급변하고 있다.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은 이날 오전 다마스쿠스 공공기관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며 "다마스쿠스가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시리아 반군은 또 국영 TV를 통해 알아사드 대통령의 24년 통치를 무너뜨렸으며, 그동안 '부당하게 구금됐던' 사람들 전원이 풀려났다고 밝혔다.
알아사드 정권의 모하메드 알잘리 총리는 알아사드 대통령을 '폭군'이라 부르며 그가 시리아를 떠났다고 밝혔다. 또 국민이 선택한 모든 지도부와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알잘리 총리는 이와 별도로 사우디아라비아 방송 알아라비야에 시리아 역사의 새 장이 열렸다며 HTS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와 접촉해 현 과도기 상황 관리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알아사드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은 전날 밤으로, 대통령이 지금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시리아는 자유선거를 실시해 국민이 지도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리아 정부군도 알아사드 대통령의 통치가 끝났으며, 군 지휘부가 병사들에게 더는 복무할 필요가 없음을 통보했다고 dpa 통신이 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13년 만에 반군에 무너지게 됐다.
시리아 내전은 미국, 러시아, 튀르키예, 헤즈볼라, 쿠르드 민병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까지 가세한 국제전으로 번지며 5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고서도 해법을 찾지 못했다.
HTS는 지난달 27일부터 무서운 속도로 진격을 거듭해 알레포, 하마, 홈스 등 주요 도시를 점령했다. 이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6년 만에 다마스쿠스까지 진입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쿠데타로 권력을 잡아 1971∼2000년 장기집권한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았으며, 알아사드 부자가 53년간 독재 철권통치를 해왔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특히 내전 발발 후에는 화학무기까지 써가며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중동의 불사조'로 불리며 최악의 학살자, 전쟁 범죄자로 거론돼 왔다.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장악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반(反)알아사드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시민들이 알아사드의 사진을 불태우고, 하페즈 전 대통령의 동상을 무너뜨리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변호사 오마르 다헤르(29)는 AP통신에 "감정을 이루 형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부친이 시리아 보안군에 살해당했고 형은 구금 중이라는 그는 알아사드 대통령을 "범죄자, 폭군, 개"라고 불렀다.
다만 시리아 정부군은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작전 중이라고 밝혔다.
시리아군은 이날 오전 반군의 '해방 선언' 이후 성명을 내고 최근 며칠간 교전이 격화했던 하마, 홈스, 데라의 시골 지역에서 '테러리스트 집단에 대한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시리아를 표적으로 한 대규모 음모를 경계해야 한다며, 시리아 국민들에게 국가 안정과 주권 수호를 위해 방심해선 안된다고 주문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시리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실무진이 시리아에서의 놀라운 일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현지 협력국들과 계속해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에 "알아사드는 사라졌다. 그는 자신의 나라를 떠났다. 그의 보호자인 러시아가 더이상 그를 보호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고 적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들(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때문에 시리아에 대한 모든 관심을 잃었다"며, 우크라이나가 '광기'를 멈추고 '거래'를 하고 싶어한다고 썼다. 이어 "나는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대통령)를 잘 안다. 지금이 그가 행동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엔 "시리아가 엉망이지만 우리의 우방은 아니며 미국은 시리아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시리아 내전 개입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압디 사령관은 텔레그램에서 "시리아에서 우리는 다마스쿠스의 권위주의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역사적인 순간을 지나고 있다"고 적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튀르키예, 이란을 포함한 8개국 외무장관들은 전날 밤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도하 서밋'을 계기로 유엔의 시리아 특사 예이르 페데르센와 함께 시리아 정세를 논의했으며, 앞으로 추가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페데르센 특사는 시리아의 '질서있는 정치 이양'을 보장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제네바에서 긴급 회담을 모색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시리아 정세가 급박하게 전개되자 주변국은 국경 폐쇄에 나섰다. 레바논은 수도 베이루트와 다마스쿠스를 잇는 도로를 제외한 모든 육로 국경을 닫았고, 요르단도 시리아와의 국경 검문소를 폐쇄했다.
nomad@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