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 시상식에서 8558표(득표율 20.69%)를 얻어 박현경(6946표·16.79%)을 제치고 인기상을 수상한 황유민(21)은 그야말로 ‘반전 소녀’다. 그리 크지 않은 키(163cm)에 운동선수 치곤 슬림한 체구로 여성스럽고 귀여운 매력을 뽐내지만, 필드 위에선 별명 그대로 ‘돌격대장’이다.
황유민은 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걸 다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골프할 때도 도전하고 싶으면 과감하게 한다”고 말했다. 당찬 표현과 달리 목소리는 영락없이 ‘수줍은 여대생’이다. 그는 “성격유형검사(MBTI)에서는 ESFP가 나오는데 ‘낯을 많이 가리는’ E성향인 것 같다”고 웃었다.
◆오랜 롤모델은 김효주
황유민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 연습장에 갔다가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주니어 골프채를 잡았던 그는 취미 삼아 연습을 하다가 이듬해 경기도 내 한 대회에 나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선수의 길을 걷기로 했다. 황유민은 “원래 100타 정도 치는 실력인데 갑자기 대회에서 86타를 쳐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버지한테 바로 전화해 선수 시켜달라고 해서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당초 1시간씩 연습하던 황유민은 선수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 후 연습량을 3~4시간으로 늘렸다.
황유민이 선수가 되기로 했을 때부터 롤모델로 삼았던 선수는 김효주(29)다. 황유민은 “지금까지 10여 년을 계속 좋아했다. 제가 10대 때는 김효주 선배님이 엄청 잘하셔서 눈 여겨 봤고, 지금 선수로서 같이 보면 플레이할 때 다른 선수들보다 여유로움이 묻어 나오시는 것 같다. 집착하는 느낌이 아니라 경기를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 그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전했다. 남자 선수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급 선수들인 잰더 쇼플리(31), 저스틴 토마스(31·이상 미국), 캐머런 스미스(31·호주)를 좋아한다.
올해 투어에서 상금 4위(10억5104만2290원), 대상 포인트 7위(359점), 평균최저타수 7위(70.6800타)에 오른 황유민의 트레이드마크는 역시 ‘장타’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4위(253.7636타)에 포진한 그는 “학생 때 가벼운 스틱으로 빈스윙을 세게 한 게 도움이 됐다. 체력을 키워 힘도 좋아지면서 거리가 더 나오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인기상의 비결도 장타라고 봤다. “작은 체구에 장타하는 모습을 팬분들이 신기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니깐 보시는 분들이 재미있다고 하시면서 응원해주시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2025시즌 목표는 다승왕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었다. 대회 장소였던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은 코스 난이도가 높기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당시 대회에서 언더파 성적을 낸 선수는 우승(2언더파 286타)을 한 김수지(28)가 유일했다. 황유민은 최종합계 이븐파 288타로 준우승을 거뒀다. 3위 이하로는 모두 오버파 성적을 냈다.
황유민은 대회 기간 버디 15개와 보기 15개, 파 42개를 기록했다. 파4와 파5홀에서 티샷 거리 254.12야드를 냈다. 이는 대회 출전 선수들의 평균(236.81야드)보다 무려 20야드 가까이 멀리 보낸 것이다. 황유민은 “여태까지 코스 중 가장 어려운 코스라 생각했다. 연습 라운드부터 이 코스에서 어떤 플레이를 할지 궁금했다. 스코어상으로도 타수를 잃지 않고 끝냈다는데 만족스러웠다. 사흘 내내 힘들다는 생각보단 재미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저는 재능보다 노력한 부분이 많다. 재능이 3이라면 노력이 7은 되는 것 같다”는 황유민은 시즌 후에도 훈련을 손에 놓지 않고 있다.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e스포츠 경기 방송 등을 챙겨보고, 초보 수준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게임도 즐겨 하고 있다”면서도 “물론 웨이트 트레이닝과 골프 등 운동 강도는 더 높여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유민은 다가오는 2025년 1월 중순에 베트남으로 겨울 전지훈련을 떠난다. 그는 “가장 부족한 점이 쇼트 게임과 웨지 샷 부분이다. 전지훈련 때 이 부분을 많이 채우려 노력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 해에 1승씩 했던 터여서 내년 시즌엔 다승이 목표다. 다승왕에 오르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효주처럼 훗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하는 게 황유민의 목표다. 그는 “골프가 지금 제 감정의 90%를 차지하기 때문에 성공한다면 행복할 것 같다”며 “내년엔 팬분들께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골프를 굉장히 잘하는 선수로 남고 싶고, 사람으로선 굉장히 겸손하면서 예의 바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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