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웹툰 영상화하는 네이버웹툰 자회사…'정년이'·'유미의 세포들' 제작
"'재혼황후' 센세이셔널하게 영상화될 것"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tvN 드라마 '정년이',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극장판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EBS 애니메이션 '1초'….
지상파, 케이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극장까지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상물을 만들어낸 제작사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 웹툰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웹툰 자회사이자 웹툰 지적재산(IP)을 바탕으로 영상을 만들고 있는 스튜디오N의 권미경(52) 대표를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본사에서 인터뷰했다.
권 대표는 영화업계에서 이름을 알려왔다. 2006년부터 CJ엔터테인먼트에서 해외영화 마케팅을 담당했고, 2011∼2013년에는 디즈니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CJ ENM에서 2018년까지 한국영화사업본부장을 맡았다.
2018년 덜컥 네이버웹툰이 새로 만드는 영상 제작사에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대체 거기에 왜 가느냐?"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이야 웹툰을 활용해 드라마·영화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IP시장에서 웹툰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당시에 웹툰 원작으로 성공한 작품은 '신과 함께', '치즈인더트랩' 정도였다"며 "영화 감독들에게 (웹툰 원작 영상화) 작품을 제안하면 '인문학적 소양이 떨어진다'고 말씀하는 분도 있을 정도였다"고 돌이켰다.
불과 1∼2년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는 "다들 웹툰의 장점을 알게 됐다"며 "이제는 저희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웹툰 속에서) 보물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웹툰 IP가 가진 장점으로는 무한한 상상력과 댓글, 팬덤 등을 꼽았다.
권 대표는 "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은 시간과 예산을 고려하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한다면, 웹툰 속 상상력은 무한대"라며 "오늘 저녁에는 한강에서 커피를 마시고, 내일 아침에는 알래스카에서 낚시하는 것이 웹툰 속에서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댓글 덕분에 콘텐츠 어느 부분이 반응이 좋은지도 미리 알 수 있고, 기존 팬덤이 있으면 영상 주목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태리 주연 드라마 '정년이'를 사례로 들면서 "여성들만으로 이뤄진 시대극이라 플랫폼에서 택하기 쉽지 않았지만, 원작 웹툰이 있었기에 실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영상화할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오로지 '재미'다.
권 대표는 "우리 회사 슬로건이 '재미있으면 하고, 재미없으면 하지 말자', 영어로는 '펀 오어 낫씽'(Fun or Nothing)"이라며 회사 PD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회의를 통해 논의하기도 하지만, PD마다 '슈퍼패스'를 갖고 있어서 정말 하고 싶고, 자신 있는 작품은 밀어붙일 수 있도록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도 슈퍼패스를 통해 탄생했다.
웹툰 IP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권 대표는 "웹툰과 웹소설 IP가 메인(중심)이기는 하지만, 무엇이든 재미만 있다면 그것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며 드라마 '그해 우리는'을 사례로 들었다. 지금은 드라마를 써온 백미경 작가와 협업 중이라고도 밝혔다.
스튜디오N이 만든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은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2019년에는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단 2편을 공동 제작했지만, 2023년과 올해는 각각 9편, 8편으로 증가했다. 매출은 2021년 84억원에서 지난해 830억원으로 약 10배로 늘었다.
내년에는 '남주의 첫날 밤을 가져버렸다', '연의 편지', '좀비딸', '그놈은 흑염룡', '중증외상센터' 등 여러 작품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에도 판권을 수출하며 발을 넓히는 중이다.
다음 기대작으로는 '재혼황후' 영상화를 꼽았다.
'재혼황후'는 네이버웹툰 대표 노블코믹스(웹소설 원작 웹툰)이자 글로벌 히트작이다.
서양풍 왕실을 배경으로 금발의 주인공들이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원작을 한국에서 어떻게 영상화할 수 있을지 말이 많았던 작품이다. 권 대표는 "센세이셔널하게 나올 예정"이라고 슬쩍 귀띔했다.
애니메이션에도 적극적으로 도전 중이다.
"'연의 편지'를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도 이렇게 만들 수 있구나'를 보여주려고 해요. '너의 이름은.'이나 '스즈메의 문단속'처럼 20·30대를 위한 애니메이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heeva@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