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군검찰 합동수사본부가 계엄 선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8일 오전 긴급체포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닷새, 검찰 자진 출석 6시간 만이다.
검찰 특수본, 내란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김용현 체포
특수본은 8일 오전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을 긴급체포했고,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긴급체포한 김 전 장관을 동부구치소로 이송했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 포고령 선포를 지시하는 등 이번 사태를 주도해 내란,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
같은 날 오전 1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김 전 장관은 6시간이 넘는 특수본 조사를 마친 직후 체포돼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배경,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무장 계엄군 투입 경위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국회 계엄군 투입 ▲홍장원 국정원 제1차장에게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정치인 등 체포조 운용하라고 지시했는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엄군 투입과 자료 확보 등을 지시했는지와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명령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계엄 일주일 전 북한의 오물풍선에 맞서 정밀타격을 지시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수본, 증거 인멸 우려에 신속수사 판단
지난 6일 꾸려진 특수본 인력은 전날 오전부터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등 각자 사무실로 출근해 자료 검토 등 수사 업무를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이뤄진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내란죄 등이 성립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특수본은 이후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등을 우려해 김 전 장관 측에 소환을 통보, 일정 등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이 경호가 이뤄지는 공관에 머물고 있는 점,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점, 최근 텔레그램 계정을 삭제했다가 재가입한 것으로 나타나 증거를 없애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점 등을 고려해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 조사 후 김 전 장관이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 1대를 압수한 만큼 포렌식 절차를 거쳐 메신저 대화 내용 등 복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핵심인물들도 소환조사 가능성
검찰이 계엄 해제 직후 대규모 수사본부를 꾸린 점, 군검찰이 합류한 점, 경찰과 고위공직자수사처 등과 경쟁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점, 사안이 중대한 점, 내란죄는 최고 사형에 처할 정도로 중범죄인 점, 수사 착수 후 출국금지 등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점, 국민 여론,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하면 김 전 장관 수사와 별개로 비상계엄 선포와 실행 과정에 개입한 다른 핵심인물들도 조만간 소환하거나 체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은 피의자가 증거 인멸 또는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긴급체포서를 작성해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영장이 기각되면 즉시 석방해야 한다.
김 전 장관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검찰은 구체적인 혐의 보강을 거쳐 늦어도 내일 안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전망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영장 혐의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내란죄를 동시에 적시할 방침이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1년 선배로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직접 건의하고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계엄법은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소집해 자신이 모든 군사 활동에 책임을 질 것이며 명령에 불응하면 항명죄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당시 계엄사령관이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은 국회 현안 질의에서, 계엄군으로 동원당한 특수전사령부·수도방위사령부 등 지휘관들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저마다 김 전 장관의 지시를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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