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아이돌, 그 안에는 자신만의 예술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아티스트들이 존재합니다. 나아가 홀로서기에 성공한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예술을 더욱 확장시켜 나갑니다. 멤버 '개인'을 아티스트로 집중 조명하는 엑스포츠뉴스만의 기획 인터뷰 '아이돌티스트'. 엑스포츠뉴스가 만난 '아이돌티스트' 열아홉번째 주인공은 그룹 BLK(비엘케이) 출신의 가수 겸 보컬트레이너 태빈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건강한 마음, 안정과 평화. 단단한 내면. 긍정 에너지. 우리가 태빈을 '아이돌티스트'라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밝고 맑은 미소, 타고난 아이돌 비주얼, 다정한 말투…아픔이나 상처따위 겪어본 적 없을 것 같은데,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 수록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버라이어티한 서사가 쏟아졌다.
희망의 끝에는 절망이 기다렸고, 밝은 빛 끝에는 어둠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빈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지난 연예계 생활의 핵심 키워드는 반전, 역전, 기적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현재 그는 프리랜서 보컬트레이너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YG엔터테인먼트·큐브엔터테인먼트·웨이크원·티오피미디어·레드스타트·빌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굵직한 대형 기획사 연습생부터 아이돌, 나아가 '보이즈플래닛'·'소년판타지-방과 후 설렘2'·'빌드업'·'프로듀스101' 등 아이돌 서바이벌 참가자들의 보컬트레이너로 활약하며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준 결과다.
그와 함께한 수많은 연습생과 아이돌들의 실력이 급상승하면서 입소문이 퍼졌고, 그를 향한 러브콜도 쏟아졌다. 보컬트레이너로서 성공 가도를 타고 있는 태빈의 자존감, 자부심, 성취감도 수직 상승. 이제 다 이뤘다 싶지만, '현역 가수'로서 보여주고 싶은 꿈이 여전히 그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
태빈은 누구인가. 지난 2017년 그룹 BLK로 가요계 정식 데뷔, 그 당시 '2PM을 잇는 퍼포먼스돌'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출사표를 던진 그다. 무엇보다 7년 여의 긴 연습생 생활 동안 데뷔를 준비해온 그의 탄탄한 내공과 실력은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기 충분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꿈과 희망이 철저하게 짓밟혔다. 회사 내부 사정으로 데뷔 1년도 안 되어 해체를 알렸다. 심지어 이를 알릴 직원조차 없어 그가 직접 팬카페에 글을 남겨 해체를 공식화했다. 너무나도 잔인하고 가혹한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던 그 시간들.
이후 군입대를 했다. 일종의 도피와도 같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수의 꿈을 꾸며 달려온 지난 시간들이 그렇게 한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진 뒤, 태빈은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떠난 군대에서 비로소 자신을 마주했다.
"군대에 가서야 처음으로 저를 돌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7년 여 연습 생활을 하고 이제야 꿈을 이루고 활동하다가 갑자기 멈추게 됐고, 27살의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갔기 때문에 오로지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심리 관련 책도 많이 읽고, 상담도 받으면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그때 많이 아팠다. 어쩌면 스스로 모르는 척 회피하고 살아왔던 지난 시절. "난 아무렇지 않아" "난 잘하고 있어" "난 괜찮아" 수없이 되뇌던 자기 주문에 의심이 들었다. 그제서야 느꼈다. "난 괜찮지 않구나" "내가 아프구나"
"저는 제가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힘들고 아픈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스스로 잘 견디고 버티고 극복했다. 그저 평탄한 땅이라고 생각했는데, 헤집고 나니까 비로소 알게 됐다. 그렇게 스스로를 파서 뒤집고 나니까 오히려 조금씩 정리가 되고 이제야 진짜 괜찮아지더라."
태빈은 스스로를 "보컬트레이너계의 오은영 박사"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노래 실력만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했다. 연습생들의 내면을 더욱더 들여다보고,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이 먼저라는 것. 그래야 노래 실력도 늘고, 자연스러운 성장이 뒤따른다고 내다봤다.
"연습생들의 노래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를 바로 찾기 어려울 때는 마음에서 찾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문제부터 회사와의 트러블 등 여러 요소로 인해 노래 실력이 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먼저 알아봐 주고, 진심으로 그 마음을 이해해 준다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이 마음을 쉽게 꺼내보이지 못한다는 사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역시도 연습생 시절 부당하게 괴롭힘, 모욕, 폭언 등 피해를 당했지만 이를 폭로하기보다 감추기 급급했다. 오히려 피해의 원인을 자신이라 탓했다. 자신을 감싸주는 게 아니라 질책했고, 자신에 대한 사랑따위는 없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자신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태빈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혼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을 탓하며 울고 있는 태빈을 안아주고 싶다는 그다.
"연습생 때는 무엇이든 쉽게 말하지 못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주 작은 고민이라도 얼굴 표정을 보고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그럴 때면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네가 지금 당장 이야기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아. 그저 내가 너의 옆에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라고."
([아이돌티스트] ②에 이어)
사진=태빈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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