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분위기 살리면서 각색으로 색다른 재미도…디즈니+서 순차 공개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이 있어. 그들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어. 그들을 마주치면,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척해. 절대로 모르는 체해라."
유독 외진 동네, 그곳에서도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골목 끝에 위치한 조명가게 사장(주지훈 분)은 가게를 찾아온 고등학생 현주(신은수)를 앉혀놓고 이렇게 말한다.
사장의 말에 따르면 이 '이상한 사람'들은 아주 유심히 봐야 다르다는 게 티가 난다.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있는데도 출석이 불리지 않고, 친구들 옆에 앉아 수다를 떨지만, 그들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것 같은 현주처럼.
지난 4일 4회까지 공개된 디즈니+ 새 시리즈 '조명가게'는 삶과 죽음,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루 종일 불이 꺼지지 않는 의문의 조명가게를 배경으로 그곳을 찾아오는 수상한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낸다.
이 작품은 공개 전부터 '무빙'을 성공시킨 강풀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강 작가가 원작 만화에 직접 디테일을 입혀 극본을 완성했다.
드라마는 원작의 감성을 고스란히 살려낸다.
막차도 끊긴 버스 정류장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는 수상한 여자, 아무리 걸어도 끝이 나지 않는 골목길을 울면서 걷는 남학생, 저절로 문이 열리고 물건 위치가 바뀌는 집에 갇힌 여자 등의 사연이 차례로 소개되며 긴장감을 쌓아 올린다.
강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캐릭터를 한 명씩 조명하며 차근차근 서사를 펼쳐낸다. 전개가 다소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작품 곳곳에 심어둔 복선이 충분히 다음 화를 궁금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무빙'에서 정원고의 담임 선생님 역을 맡았던 배우 김희원의 연출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첫 연출인데도 김희원은 능숙하게 배우들의 감정을 끌어내고, 섬세한 감정의 디테일을 화면으로 옮긴다. 작품에 등장하는 크고 작은 반전들도 매끄럽게 엮어낸다.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원작에 충실한 전개를 따르는데, 약간의 각색을 통해 깊이를 더했다.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도 추위에 덜덜 떨면서 보이지 않는 개를 찾는 남자, 빨간 구두를 신고 밤길을 헤매는 여자 등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한다.
강 작가는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13년 전에 만화로 그렸던 작품인데 원작에서 다 풀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다"며 "드라마는 그림으로 표현해내지 못했던 깊은 감정과 이야기들을 더 깊게 담아냈다"고 밝혔다.
'조명가게'는 호러라는 장르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음산한 배경 음악을 활용한 연출이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점프 스케어'(갑작스럽게 놀라게 하는 것)를 활용한 장면도 적지 않다.
장르는 공포물이지만, 강 작가 특유의 따뜻한 감성도 짙게 묻어난다. 특히 4화 끝자락에서 밝혀지는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대한 반전이 뭉클한 감동을 기대하게 만든다. 호러 장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시청자들도 충분히 재밌게 볼만하다.
coup@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