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5만명 집결…개표 불발에 격한 구호·의원 차량 막아서
광화문엔 보수단체 2만명…본회의 종료 전 환호 속에 해산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김준태 이율립 최윤선 기자 =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가 무산되자 국회 앞을 둘러싼 집회 참석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국회 본회의를 4시간 넘게 지켜보던 참석자들은 국민의힘 불참에 따른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불발되자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시민들은 "탄핵하라", "국민의힘을 해체하라",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등 구호를 연달아 외쳤다. 곳곳에서 욕설과 우는 소리도 들렸다.
국회 정문을 붙잡고 흔들면서 "당장 나오라"고 외치는 시민들도 보였다.
"탄핵 될 때까지 계속 투쟁하자"는 연단 위 사회자 말에 환호도 이어졌다.
촛불을 든 일부 시민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이날 저녁 9시 기준 여의도서 열린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3만7천300명이 집결했다. 한때 최대 15만9천명이 모였지만 밤이 되면서 일부 해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주최 측 추산은 100만명이다.
집회가 9시 36분께 공식 해산하면서 시민들의 귀가 행렬이 이어졌지만, 상당수 시민은 "탄핵하라"를 외치며 국회를 에워쌌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뒷문으로 퇴장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정문과 뒤편으로 몰려가 통행을 막아섰고, 한때 의원들의 차량이 경내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혼잡한 상황 속 누군가 "국민의힘 의원이다"라고 외치자 시민들이 몰려가 "투표해"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다만 국회 정문이나 담벼락, 경찰 바리케이드를 넘으려는 참가자들은 다른 시민들이 제지했다. 주변에서는 "평화 시위"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시민들은 "늦게까지 고생한 경찰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한 경찰관도 허리를 숙여 화답했다.
국회 정문에서 쉽사리 자리를 못 뜨던 직장인 이모(35)씨는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계속 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는 고려대·서강대·연세대·서울대 총학생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 퇴진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이 권력 연장을 위해 윤석열의 내란 공범이 되기를 자처했다"며 "즉각 해산하고 의원들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별다른 충돌은 없었지만 인파가 몰리며 크고 작은 사건도 발생했다.
본회의가 길어지면서 집회에 참석한 여성 1명이 저체온 증세를 호소하다 구급차에 실려 갔다.
이날 낮 12시 20분께 표결 전에는 국회 인근에서 "폭거와 불의에 항거하기 위한 것"이라며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한편, 서울 광화문에서 맞불 집회를 열던 보수 성향 단체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자유통일당, 전국안보시민단체총연합 등은 국회 표결 무산 소식에 환호했다.
이들은 "윤석열 만세", "자유국가 만세",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는 국민의힘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을 향한 욕설도 난무했다.
이들 단체는 인원이 차차 빠져나가면서 본회의가 끝나기 전인 저녁 7시 50분께 해산했다.
이날 저녁 6시 기준 세종대로 일대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만8천명(최대 2만명)이 모였다. 주최 측은 1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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