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취업? 이렇게 해 봐!

프랑스 취업? 이렇게 해 봐!

코스모폴리탄 2024-12-08 00:00:01 신고

‘나쁜 여자’를 ‘사회의 정해진 틀에 맞춰 살지 않아서 조금은 이기적으로 보이고, 책임질 것이 많이 없어서 마음껏 결정을 내리고 자유를 찾아가는 여자’라고 정의한다면 나는 마땅히 나쁜 여자가 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

프랑스 기업 EDF에서 일한 지 6년이다. 어떤 회사인가?
EDF는 ‘Électricité de France’의 약자로 프랑스 정부 소유의 사기업이다. 전기의 생산·배급·유통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책임지며, 원자력, 수력, 풍력, 재생 가능 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관리하고 국가 전력망을 운영한다. 한국의 한국전력공사와 비슷하다.
그곳에서 어떤 직무를 맡고 있나?
회사의 R&D 부서에서 산업협력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회사 실험실에서 연구하며 논문을 마치고, 다시 정규직으로 입사한 지 3년째다. 현재는 프랑스 원전의 화학 분야 기술 지원을 담당하고 원자력발전소에서 화학자들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프로젝트 매니징을 맡고 있다. 2가지 업무 모두 프랑스 전역의 핵 발전소들과 끊임없이 교류해야 해 출장이 잦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성격과 잘 맞아 즐겁게 일하고 있다.
어떤 비자로 일을 하고 있나?
프랑스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나는 ‘Passeport Talent’라는 비자를 받아 일하고 있다. 보통 연구원들이 이 비자로 많이 거주한다. 나는 박사 과정을 수료 중일 때 발급받을 수 있었다. 이 비자는 4년에 한 번 갱신해야 하는데, 1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했던 학생 비자 때보단 삶의 질이 나아졌다. 내 일을 정말 좋아하고 회사에 소속감도 느끼지만, 비자 문제에 직면할 때면 내가 ‘이방인’이고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일을 하며 가장 자부심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
3년의 박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발표하는 날 한복을 입었다. 루시드폴이 스위스 로잔 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때 한복을 입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어서 나도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프랑스어로 박사 논문을 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는데 장장 3시간 30분의 논문 발표를 마치고 난 뒤 느낀 후련함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또 심사위원에게 한복과 한국을 알릴 수 있어 즐거운 경험이었다.
반면 일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정식 입사를 하고 첫 회의에 들어갔던 날. 기술직이다 보니 전문 용어, 업계 용어, 각종 약자로 머리가 새하얘졌었다. 나만 못 알아듣는 것인지, 내 프랑스어 실력이 모자란 것은 아닌지 홀로 눈치 싸움을 하다 회의가 끝났다. 못 알아들은 단어를 가득 적은 노트를 본 동료가 “너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 나도 처음 입사했을 때 사람들이 외계어 하는 줄 알았어”라더라. 지금은 그 외계어를 직접 말하는 사람이 됐지만 다시 생각해도 첫 회의의 아찔함이 생생하다.
EDF에 취업을 하기까지 어떤 스펙과 커리어를 쌓았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화학교육학을 전공했다. 프랑스 유학은 원래 조향사의 꿈을 안고 향했다. 꼭 가고 싶었던 향수 학교의 최종 면접에서 낙방하고 또 다른 관심 분야였던 에너지 쪽으로 석사를 지원했다. 합격 후 재생 가능 에너지, 특히 태양열 에너지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고, 석사 과정 동안 두 번의 인턴 경험을 했다. 덕분에 에너지 분야에 더 큰 관심이 생겼고, EDF와 리옹 국립응용과학원(INSA Lyom)에서 공동 연구를 해 박사 학위까지 땄다. 박사 과정을 마친 후 같은 회사에 정식 입사해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다. 다양한 에너지 분야에 대한 공부와 경험, 나의 열정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
어떤 채용 절차를 거쳐 정식 입사하게 됐는지 공유해준다면?
한국처럼 공채 개념이 있는 것은 아니고, 수시로 채용한다. 박사 과정이 끝나갈 무렵 회사의 채용 공고를 보고 공식 사이트를 통해 지원 동기서와 이력서를 넣었다. 서류 심사가 끝난 뒤 첫 번째 면접날이 잡혔고 이로부터 4개월간 총 5회의 면접을 본 후 채용이 확정됐다. 프랑스 생활에서 갖춰야 할 첫 번째 미덕인 ‘인내’의 중요성을 진하게 느낀 경험이었다.
EDF는 외국인과 여성의 비율이 어떻게 되나?
전형적인 프랑스 회사로 업무 시에는 100% 프랑스어로 수행한다. 그래서 외국인 취업의 문턱이 높고 부서내 외국인 비율은 5%도 안 된다. 물론 아시아인은 더 적다. 성비를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기술직 분야다 보니 남성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가장 큰 계기는?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은 꿈이 너무 컸고, 한국을 떠난다고 생각했을 때 우려되는 부분이 딱히 없었다. 그래서 대학 졸업을 1년 앞두고 카페 아르바이트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렇게 초기 정착금 8000유로(약 1195만원)를 모았고 바로 파리로 떠났다. 부모님 집을 떠나 하게 된 첫 자취가 파리라니. 지금 돌아보면 ‘무식해서 용감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부모님께 손 한 번 벌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학업을 마쳤다.
프랑스어는 어떻게 공부했나?
자기소개도 못 하는 불어 실력으로 무작정 프랑스에 갔다. 어학을 공부하는 1년 동안은 좋아하던 음악도 안 듣고 이해하지 못하는 프랑스 팟캐스트만 주야장천 들었다. 저녁에는 5분 정도 되는 프랑스 뉴스를 듣고 녹취를 풀듯 받아 적었다. 처음엔 2시간이 걸렸는데 점차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보며 뿌듯했다. 앉아서 공부하는 게 지겨울 땐 영화관에 가서 청취 연습을 했다. 전략? 그런 거 없다. 그냥 ‘부딪쳤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프랑스에 정착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3가지는?
파리에 대한 애정,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 ‘느림’에 대한 인내, 내가 제일 잘나갈 거라는 마음가짐.
현재 거주하는 곳은 어떤 도시인가?
파리에서 대중교통으로 20분 정도 벗어난 ‘이블린’이라는 곳인데 단독주택이 많고 가족 단위가 많이 사는 지역이다. 숲과 공원, 호수가 많아 다양한 여가 생활을 즐기기 좋고, 파리와 근접해 통근이나 문화 활동을 하기 편하다. 혼잡한 대도시 환경과 달리 조용하고 안전한 교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거주한다.
타지에서 소외감, 혹은 서러움이 밀려올 때 찾는 장소가 있다면?
해가 진 후의 관광지로 간다. 가장 좋아하는 곳은 파리 몽마르트 언덕과 벨빌 언덕. 앉아서 멍하니 야경을 보고 있으면 처음 파리에 배낭여행을 와서 ‘와, 여기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느낌이 되살아나거든. 그 마음에서 시작해 어느덧 10년 가까이 정착해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새삼 뭉클하다.
프랑스에서 노후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우리 회사는 사기업이지만 회사의 특수성 때문에 공무원이 받는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연금이다. 프랑스의 정년퇴직 나이는 만 62세인데 공무원일 경우 은퇴 직전 6개월 급여 평균의 75%를 연금으로 받는다. 사기업이 25년 급여 평균의 75%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굉장한 혜택이다. 물론 지금 회사에서 정년까지 근무하리라는 확신은 없다. 경력을 더 쌓아 또 다른 분야나 국가에서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욕심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코스모폴리탄〉 초대 편집장 헬렌 걸리 브라운이 남긴 말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에 걸맞은 야심이다. 또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
올해 초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당시엔 프랑스 생활에 권태기가 온 것같이 여기서 이뤄놓은 것들을 모두 뒤로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거든. ‘나쁜 여자’를 ‘사회의 정해진 틀에 맞춰 살지 않아서 조금은 이기적으로 보이고, 책임질 것이 많이 없어서 마음껏 결정을 내리고 자유를 찾아가는 여자’라고 정의한다면 나는 마땅히 나쁜 여자가 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 지난 10년이 살아남기 위해 경주마처럼 달려왔던 시간이었다면, 그 시간 동안 배우고 겪은 경험으로 세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프랑스어 능력을 활용해 캐나다에서 에너지 관련 경력을 더 쌓거나, 아프리카 에너지 산업 쪽에도 발을 담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막연히 하고 있다. 5년 후, 10년 후엔 내가 어디에서 일하고 있을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일단 부딪쳐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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