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보이콧으로 탄핵안 표결 무산, 국민들의 기대 저버려"
"정치적 혼란 고조될 것…책임 면제 조건으로 하야할 수도"
(런던·로마=연합뉴스) 김지연 신창용 특파원 = 유럽 주요 언론들은 7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모면하면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이날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며 "수만 명의 시위에도 여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표결은 진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에서 '임기단축을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짧은 연설은 국민들의 분노를 진정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도 여당 의원들이 투표를 보이콧하면서 탄핵안이 불발됐다고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분노한 야당 의원들이 "반역자들"이라고 외치기도 했다고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이어 시위대 사이에서도 분노가 퍼졌다면서, 며칠 밤을 시위에 참여한 한 학생이 "그들이 보이콧으로 새로운 출발을 향한 우리 희망을 막고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더타임스는 보수 지지자들이 도심에서 연 집회에서 야당에 반국가 친북 세력이 침투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되풀이했다며 이를 "한국 사회의 깊은 균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탄핵 불발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민주주의의 지속성과 취약성을 모두 보여준 격동의 한 주를 거쳐 이번 탄핵안 무산으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정치평론가 서복경 씨가 "대중이 윤 대통령과 당 사이의 어떤 막후 거래든지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유럽 주요 언론들은 윤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서 살아남았지만 그의 정치적 장래가 밝지 않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실시간으로 한국의 탄핵정국 관련 뉴스를 전하는 라이브 페이지에서 "탄핵안 불발은 5년 단임 임기 중 3년에 조금 못 미치는 윤 대통령의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추운 날씨 속에서 수많은 시민이 오랜 시간 기다렸지만 결국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윤석열은 적어도 당분간 대통령직을 유지하겠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지도부는 다음 주에 탄핵안을 다시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정치 시나리오는 이번 탄핵 무산으로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이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새로운 탄핵 절차 외에도 윤 대통령이 아마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자진 하야를 통해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수 있으며 그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윤 대통령 본인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cherora@yna.co.kr,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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