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韓 두차례 만난 뒤 "당에 일임"…韓 압박 전술 통했나
국정운영 주도권 쥔 與…韓, '질서있는 퇴진' 국민공감대 확보 과제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가 7일 불발되고 향후 여당이 국정 운영의 키를 쥐게 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당에 정국 안정 방안을 일임하겠다고 한 만큼, 임기 단축 개헌과 책임총리제 도입 등 이후 정국 수습 과정에서 한 대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뒤 한덕수 국무총리와 긴급 회동을 하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정 수습책을 논의했다.
앞으로 당과 국무총리가 중심이 돼 민생·경제 등 국정 현안을 챙기겠다는 것이 한 대표의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당의 중지를 모아가는 과정에서도 한 대표의 정치적 '그립'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당내 정치 지형이 한 대표를 중심으로 재편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친한(친한동훈)계는 108명의 의원 중 20∼30명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한 대표가 원내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친한계의 세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친윤(친윤석열)계 중진 의원들이 입법·정책 경험을 내세워 전면에 나설 경우 당내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계파 간 신경전이 치열해질 수도 있다.
계엄 사태와 이후 야당의 탄핵 공세로 벼랑 끝에 몰렸던 국민의힘이 이번 탄핵 정국을 돌파하는 데에는 한 대표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5분 만에 "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즉각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한 대표는 당시 국회에서 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소속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의원 대다수가 국회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친한계 18명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석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되자마자 야당이 거센 탄핵 공세에 나선 가운데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탈당 등을 요구하며 대응 전략을 모색했다.
애초 윤 대통령 탄핵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한 대표는 전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체포를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사실상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이날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히자, 친한계는 '탄핵 부결'로 뜻을 모았다.
한 대표가 전날 '탄핵 찬성' 입장을 내비쳤던 것은 임기 단축 개헌 등을 윤 대통령으로부터 끌어내기 위한 사실상의 압박 전략이었다는 게 친한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 대표는 지난 4일과 6일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2선 후퇴와 임기 단축 개헌,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의 직무 정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의 이런 압박이 결국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결국 이날 담화에서 계엄 선포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권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수'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악화한 민심을 달래고 야당의 탄핵 재추진에 대응하는 것이 한 대표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 임기 단축 개헌이나 책임총리제 등을 놓고 야당의 협조와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도 정치력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앞서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이 올라왔다는 '당원 게시판' 논란의 경우 이번 계엄·탄핵 사태를 거치며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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