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조모씨는 이날 친구 2명과 함께 각기 다른 아이돌 응원봉 3개를 챙겨 집회에 참가했다. 조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위 때 촛불 들고 나왔었는데 불이 잘 꺼져서 이번엔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며 “저들에게 겨울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우리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국회 앞 대규모 집회에 참석한 MZ세대의 시위 문화가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아이돌 콘서트에서 사용하는 응원봉·LED 머리띠 등을 두르거나 아이패드에 피켓 문구를 적는 등 최신장비를 동원해 시위에 나섰다. 최신장비로 시민들의 목소리가 평화롭게 더 잘 전달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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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5시 국회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여당 의원들이 보이콧하며 퇴장되자 시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 대다수가 김건희 특검법 표결 이후 회의장을 떠나자 야유가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국회로 가자’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완화시킨 건 바로 MZ세대였다. 이들은 ‘내가 제일 잘나가(2ne1)’·‘아파트(로제)’·‘다시 만난 세계(소녀시대)’·‘삐딱하게’ 등 아이돌 노래가 흘러나오자 가장 크게 따라 불렀고 각자 준비해 온 콘서트 응원봉을 흔들며 시위에 적극 참여했다. 이들과 함께 중장년층 시민들도 함께 어우러지며 집회 현장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집회를 위해 아이돌 콘서트에서 쓰는 LED 머리띠를 만들어온 사람도 눈에 띄었다. 머리에 ‘윤석열 퇴진’이라는 LED머리띠를 쓰고 집회에 참석한 여성 최모(21)씨는 “역사 시간에 배웠던 걸 실제로 겪으니 무서웠다”며 “친구들과 함께 꼭 이번 주에 나오자고 이야기하고 셀프로 (머리띠를) 만들어서 나왔다”고 전했다. 최씨는 이어 “집회라는 게 무섭고 엄중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와보니 평화롭고 질서도 잘 지켜지면서 콘서트 같아 좋다”며 웃으며 덧붙였다.
국회를 둘러싼 이들은 경찰과 충돌하거나 게이트를 미는 등의 과격한 행동 대신 EDM 음악에 맞춰서 ‘윤석열 탄핵’을 외치거나 노래에 맞춰 뛰며 집회를 이어갔다.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나온 20대 여성 황모씨는 “이런 시위 문화가 오히려 집회 참여를 더욱 독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과격 시위보다 훨씬 안전하기도 하지 않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피켓 대신 아이패드 등 태블릿PC에 구호를 적어온 청년들도 눈에 들었다. 아이패드에 ‘윤석열 탄핵’을 적고 구호를 외치던 김모(24)씨는 “어두우면 피켓이 안 보이니까 아이패드에 문구를 쓰고 흔들었다”며 “확실히 촛불보다 빛이 밝아서 멀리서도 잘 보여서 더 결집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과격한 집단행동 대신 평화롭게 실리를 다 이뤄내는 게 목적이라고 전했다. 시위에 참석한 20대 여성 조모씨는 “군부독재 계엄에 저항하며 화염병 던지는 등 과격한 집회를 벌이던 과거와 달리 평화로운 시위 문화를 이끌고 싶다”며 “앞으로도 알록달록한 응원봉으로 우리의 매서운 민심을 보여주겠다”고 남겼다. 이러한 새로운 문화로 집회의 장벽을 낮춰 더 많은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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