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취임을 앞두고 달러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외인들의 이탈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상계엄'사태(12월 3일) 다음날인 4일부터 지난 6일까지 3일간 외인들이 국내 시장에서 매도한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외인들은 4일 코스피에서만 4078억원 순매도 했고 5일에는 3202억원, 6일에도 3097억원 가량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인들의 '팔자'에 6일에는 장중 2400선이 한차례 붕괴되기도 했고 금융, 전기전자, 화학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매도 규모를 키워갔다. 이 중에서는 금융업 매도세가 가장 강했다. KB금융의 경우 계엄사태 이후 사흘간 외인들이 매도한 규모만 3000억원을 넘어섰다. KB금융지주는 3거래일 동안 주가가 17% 넘게 하락했다.
삼성전자 역시 외인들이 매도세에 자유롭지 못했다. 외인들은 3일간 2800억원 넘게 처분했고 현대차, LG화학, LG전자, 두산 등도 외인 순매도 대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외인들은 당초 '팔자'에서 '사자'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됐었다. 석달 가량 팔자 행렬을 이어갔던 외인들은 3일 코스피에서만 5407억원, 코스닥에서는 2328억원을 매수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하락장'과 '바닥'을 찍은 거 아니냐는 분석도 잇따랐다.
하지만 비상계엄 충격은 해소하지 못했다. 145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또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7일 원달러 역외환율은 전날 보다 10.86원 오른 1424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강달러 현상과 원화 약세 현상을 고려하면 앞으로 환율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환율 상승은 국내 증시 이탈 대표 요인 중 하나인 만큼 외인들의 이탈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지난달 18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 일때는 외인들의 순매도 역시 강해진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시장참여자들은 1400원 이상 환율을 본 기억이 없다"면서 "높은 환율이 이어지면서 외인들의 주식 순매도 기조가 이어진다"고 짚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까지 종합해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외인들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탄핵정국과 같은 정치 불안정이 지속되는 점도 외인 이탈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계엄사태 직후 한국 시장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고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폭넓은 거시경제 상황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골드만 삭스는 "탄핵 표결까지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유지할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다. 탄핵 여부를 두고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된다면 시장은 계속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사건을 비교해보면 노 전대통령은 탄핵안 가결뒤 코스피가 20%이상 하락했다. 반대로 박 전 대통령도 탄핵에서는 주가가 상승했다. 이는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과 외인 자금 이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시장이 보는 기준 역시 달라진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탄핵정국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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