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카드업계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적격비용 재산정’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인하율이 카드사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소비자 혜택 감소 등 카드산업 전반의 부실화를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내로 카드사 적격비용 재산정 및 가맹점 수수료 책정에 나선다. 2012년부터 3년 주기로 시작된 해당 정책은 올해 5회째를 맞는다.
적격비용은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결제대행사(VAN) 수수료 등을 반영해 재산정된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적격비용에 마진율을 더해 책정하게 된다.
당초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 경감이라는 취지로 시행된 해당 정책은 여신금융업법 개정 이후 네 차례 재산정이 됐지만 인상 없이 줄곧 인하만 이뤄졌다. 적격비용 제도 도입 이전까지 살펴보면 가맹점 수수료율은 2007년부터 총 14차례 떨어졌다.
그 결과 2007년 4.5% 수준이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낮아진 상태다.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30.5%였지만 지난해 말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총 수익의 23.2%로, 5년 사이 7.3%p 하락했다.
또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인 영세·중소가맹점 비중도 늘어나 현재 96%에 다다랐다. 이로 인해 카드 결제가 늘어나더라도 신용판매 사업을 통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줄어드는 실정이다.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일반판매관리비와 모집비용, 광고선전비 등을 축소하며 비용절감에 주력해 왔다. 카드론 등 대출사업 강화에도 나섰다. 본업인 신판이 축소되고 영업자산 중 위험자산 비중이 증가하게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부진 등으로 인해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재무건전성 또한 악화하고 있다. 이는 대손 비용 증가와 순이익 감소 등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실제 8개 전업카드사들의 평균 연체율(1개월이상 연체 기준)은 지난 6월 말 1.69%로,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엉뚱하게 소비자에게 튄 불똥도 문제다. 카드사 경영 악화는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무이자할부 등의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장 혜자카드로 불리는 알짜카드들의 단종으로도 이를 체감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단종된 신용·체크카드 수는 총 373종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59종)보다 134.59% 가량 늘어난 수치다.
2020년 202종이던 연간 단종 카드 수는 2021년 306종으로 크게 늘었다. 2022년에는 101종으로 잠시 줄었으나 지난해부터는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카드사의 경영 악화는 결국 소비자후생과도 무관하지 않은 만큼, 업계에서는 적격비용 제도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제 수수료율 인하는 현재 한계치에 다다랐다. 적격비용 제도로 인해 카드사들이 병들고 있다”며 “카드사의 원가가 충분히 반영돼야 소비 진작과 함께 소비자 혜택 또한 돌아갈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역마진이 심한 데다 마치 대부업체가 된 양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선진국에서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해당 제도로 인해 카드업계의 건강한 발전이 어려워졌다”며 “본업에서 이익을 얻지 못하니 대출 영업이 늘어 리스크를 안게 됐고, 이는 결국 소비자 혜택 감소와 민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전문가도 적격비용으로 인한 카드사들의 기형적 경영 상태에 대해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로 인해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는 줄이고 카드론은 늘리며 왜곡된 영업을 하고 있다”며 “해당 제도로 대부분의 가맹점이 우대 수수료를 받게 되면서 카드사에는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증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적격비용 제도로 인한 영향이 상당히 오래 가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카드사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소비자 혜택을 계속 줄여 카드 사용을 기피하게 되면 이는 결국 민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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