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유가 스스로 건조한 인간이라고 표현했다.
공유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트렁크’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내가 가진 어떤 부분이 본질적으로 닿아있다는 느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야기에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혹자는 이해 못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장르적인 부분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이 캐릭터가 왜 이렇게 아픈지에 대해 궁금함이 생기는 작품에 끌리더라. ‘트렁크’의 정원이를 처음 봤을 때 궁금했고, 딱했고,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런 감정을 주는 캐릭터나, 내가 과거에 생각했든 현재 생각했든 얼추 결이 맞아떨어질 때 그 작품에 들어간다. 모든 작품을 그렇게 선택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선택하는 게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공유가 ‘트렁크’에서 맡은 한정원은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외롭고 피폐한 삶을 사는 인물. 전처 이서연(정윤하)이 떠난 후 ‘기간제 결혼’을 통해 노인지(서현진)를 만나면서 변화를 맞는다.
그는 자신의 ‘건조함’에 대해 “원래 가진 기질적인 부분도 있고 배우라는 직업을 택하고 해오면서 분명히 직업적으로도 후천적인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나니까 순응하고 받아들이면서 사는 것 같다”면서 “추상적이긴 한데 뚜렷하게 이 부분이 나와 같다고는 말하지 못해도 정원이 느끼는 아픔이나 상처에 대한 직감 같은 게 느껴졌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정원이처럼 겪지 말아야 하는 일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거울 치료’처럼 인지를 바라보는 정원의 마음은 본능적인 동병상련도 있고 연민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공유에게도 메말라가는 슬럼프의 순간이 있었을까. 공유는 “너무나도 있었다. 그게 슬럼프인지 번아웃인지 모르고 살다가 뒤늦게 자각했다. 처음에는 어떤 건지 몰라서 고장 났던 것 같다. ‘내 마음 같지 않은데?’ 싶고 어리바리 고장 나 있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시간을 생각해보니 이제야 명징해지더라”며 “‘그때 당시 내가 건강하지 못했구나’ 두어 번 겪어보니까 굳은살이 생긴 것 같다. 상처받고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면역성이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슬럼프 극복 방법으로 “몸을 엄청 많이 썼다. 술 마시는 건 한도 끝도 없더라”며 “루틴처럼 운동하는 사람이라 내 몸을 (헬스장에) 가져다 놓았다. 싫어하면서도 몸을 쓰고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나아지더라. 또 낚시라는 취미를 통해 스스로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려 했다. 계속 낚시를 했다. 나를 단순하게 만드는 좋은 취미더라”고 말했다.
한편,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6부작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연출한 김규태 감독과 [화랑] 등을 집필한 박은영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지난달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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