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인구감소 속 파주 파평초 입학생 15년만에 배 늘어
학교·학부모·동문·군부대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 지원 덕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경기 파주시는 2022년 5월 31일 인구 50만 명을 넘어선 이후로 대도시 지정 요건인 인구 50만 명을 2년 연속 초과해 올해 1월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대도시로 지정됐다.
경기도 31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대도시(특례시 포함)로 지정된 도시는 수원, 용인, 고양, 화성, 성남, 부천, 남양주, 안산, 평택, 안양, 시흥, 김포이며 파주는 13번째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구가 2년 연속 50만 명을 유지하면 대도시로 분류된다.
올해 1월 29일 행정안전부 장관이 관보에 공고함에 따라 파주시는 정식으로 '인구 50만 대도시'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갈수록 몸집이 커지는 파주시에서도 북파주 지역인 파평면은 예로부터 농업이 주를 이루는 그야말로 농촌 시골 마을이다.
전국의 상당수 농촌이 겪는 현실인 고령화, 인구감소 현상은 파평면도 비껴가지 못했다.
최근 10년간 파평면의 내국인 기준 인구 추이를 보면 2014년 4천302명에서 2015년 4천214명, 2016년 4천147명으로 꾸준히 줄더니 작년엔 3천646명까지 감소했다.
올해 들어 11월 말 기준으로는 3천506명으로 더 줄었다.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초등학교다.
1925년 파평면 두포리에 개교한 99년 역사의 파평초등학교는 파평면 인구감소 영향으로 학생 수가 줄어 한때 폐교 위기를 맞았다.
2001년 전교생 54명이던 이학교는 2002년 52명, 2003년 56명, 2004년 55명, 2005년 59명, 2006년 60명, 2007년 72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08년 59명, 2009년 54명으로 다시 50명 수준으로 돌아갔다.
학교와 지역주민, 동문은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고 폐교 위기를 느꼈다.
마을 곳곳에서는 폐교 설명회가 열린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폐교 위기가 현실화했지만, 파평초 교장과 교사들은 폐교 설명회 대신 인근 고양지역의 혁신학교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하는 혁신학교는 토론과 블록, 맞춤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에 일정 부분 자율권을 보장한 학교를 말한다.
갈수록 입학생이 줄어드는 농촌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받으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맞춤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파평초는 2010년 3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혁신학교로 지정받고,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파평면은 북파주 지역의 번화가인 문산읍에서도 10㎞가량 북쪽으로 떨어진 시골 마을로 제대로 된 학원이나 문화시설이 없다.
동문회에서도 모교가 폐교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을 듣고, 29인승의 통학버스를 구입해 후원해줬다.
학교 주변에는 군부대가 많아 군 장병들이 평일 방과 후 수업이나 토요일 오전 3∼4시간씩 학교를 찾아 축구와 태권도 강사를 무료로 도와주거나, 그림 그리기 강사로 나섰다.
혁신학교 지정 이전에는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바로 집으로 갔지만, 혁신학교 지정으로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이다.
원어민과 함께하는 영어 회화반, 전문 강사를 두고 운영하는 토탈 공예와 드론 배우기, 돌봄 놀이 체육, 탈춤 배우기, 종이접기, 창의 미술 운영, AI와 코딩, 건강 체육, 방송 댄스, 바이올린 등 도심 지역 학교 못지않은 프로그램이 갖춰졌다.
특히 학생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교사들이 사전 수요조사를 해 영역별·수준별·무학년제 프로그램을 3월 학기 시작과 함께 개설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0명 안팎의 학생들이 한 조를 구성해 세계 각국의 문화나 예절 등을 공부해 서로 알려주고, 학교 주변의 생태환경 등을 체험하기도 한다.
학부모들도 자발적으로 학생들과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부모회가 1년에 3∼4차례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는 별 관측 체험, 율곡 습지 생태교육,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밤고지 벚꽃길 걷기 등은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런 작은 학교에서 알차고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인근 문산 지역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입학 문의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도심의 과밀학급을 선호하지 않는 학부모들은 도심지와 떨어져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는 파평초교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효과가 차츰 나타났다. 2012년 전교생 수는 60명, 2013년 62명, 2014년 69명, 2015년 73명, 2016년 75명, 2017년 92명, 2018년 83명, 2019년 98명, 2020년 116명으로 증가했다.
파평초교의 학구는 파평면에 주소를 둔 학생들이다. 현재 전교생 76명 중 파평면 출신의 학생은 15%, 나머지는 문산지역 학생들이다.
파평초교는 신입생 입학 시 학교장 허가를 받으면, 학구(파평면) 외 지역에서 입학할 수 있다.
조성탁 파평초 교장은 "학교의 알찬 프로그램을 벤치 마킹하기 위해 인근 지역에서 선생님들의 방문이 잦다"면서 "10여년 전부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모든 교직원과 학부모, 지역 주민이 노력해 이런 성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진로 체험활동을 지원해 주고 싶다"면서 "그리고 내년 개교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 아이들이 더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 역사관을 조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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