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품, 베트남산보다 오히려 저렴한 경우 잦아
테무 등 中 거대 플랫폼도 中 판매자 지원…정부 규제 나서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기자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베트남에서도 온라인쇼핑몰을 자주 이용한다. 베트남 주요 온라인쇼핑몰인 쇼피(Shopee)와 라자다(Lazada)를 주로 쓴다.
이들 서비스에서 가격을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을 고르다 보면 중국에서 배송되는 제품을 살 때가 적지 않다.
이런 제품은 베트남 국내 배송보다 배송 기간이 조금 더 걸리므로 가급적 피하고 싶지만, 한국 온라인쇼핑과 달리 '해외배송' 같은 표기가 눈에 잘 띄지 않아 무심결에 사게 되곤 한다.
이렇게 중국발 배송 물품을 기다리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1만3천달러로 베트남(약 4천600달러)의 거의 세 배에 이른다. 중국 임금이 너무 올라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겼다는 한국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따라서 베트남 인건비 등 생산비가 중국보다 상당히 낮을 텐데, 왜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산보다 저렴할까.
하지만, 최근 급속히 베트남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베트남 당국과 기업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런 의문은 차츰 풀렸다.
지난 수년간 중국 기업들은 초저가 상품을 내세워 중국과 직접 맞닿아 있는 베트남 소매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 예로 호찌민시 신발·가죽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베트남에서 팔리는 신발의 약 50∼60%는 자국산이었지만, 이제 그 비중은 급락했다.
이 협회의 응우옌 반 카인 부회장은 베트남산이면 가격이 최소 10만동(약 5천600원)은 될 운동화가 중국산이라면 6만∼7만동(약 3천400∼3천900원)에 팔리고 있다고 최근 현지 매체 뚜오이쩨에 말했다.
라이브커머스로 중국산과 베트남산 패션 상품을 팔던 응오 티 호아도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과 다양함 때문에 베트남산 제품 판매를 포기했다.
비슷한 베트남산 신발 가격이 보통 15만∼20만동(약 8천400원∼1만1천원)인 데 비해 중국산은 10만∼15만동(약 5천600∼8천400원)밖에 안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산이 베트남산보다 저렴한 이유 중 하나는 소재·원료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베트남 기업과 달리 중국 기업은 자국 내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는 중국의 거대한 제조 인프라도 중국산 제품 가격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힌다.
게다가 테무, 쉬인과 같은 중국 거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와 결합한 물류시스템도 파격적인 할인 혜택과 신속 배송으로 중국산 제품의 베트남 시장 공략을 든든히 지원하고 있다.
하노이에 사는 한 남성은 최근 테무에서 7만1천동(약 4천원)의 헐값에 차량용 블랙박스를 주문, 불과 사흘 만에 제품을 받았다.
그는 "보통 블랙박스는 이보다 몇 배 비싸기 때문에 구매를 시도해봤다"고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말했다.
이렇게 테무 등을 통해 대량의 중국산 초저가 상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많은 베트남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호찌민의 커피 생산업체 '미트모어베트남'의 응우옌 응옥 루안 대표는 최근 비슷한 제품을 저가에 판매하고 무료 배송을 제공하는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자사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 수익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루안 대표는 중국 플랫폼이 중국 판매자에게는 종종 무료배송·할인 쿠폰 같은 혜택을 제공하지만, 베트남 판매자에겐 제공하지 않고 플랫폼 수수료도 베트남 판매자에게 더 많이 받아 간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제조업계와 유통업계 등에서 위기감이 높아지자 베트남 당국도 테무 등 중국 플랫폼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지난 5일 베트남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말까지 사업 등록 절차를 마치지 못한 테무의 베트남 내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또 그간 가격 100만동(약 5만6천원) 미만 온라인 수입품에 제공하던 부가가치세(VAT) 면세 혜택을 폐지, 테무 등에서 많이 팔리는 저가 수입품에도 최대 10%의 VAT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베트남 정부도 테무 서비스 중단이 등록 과정을 마칠 때까지 일시적인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런 대응이 중국산 저가품의 베트남 시장 잠식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은 되기 어려워 베트남 정부와 기업들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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