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공항에서 사파는 제법 떨어져 있어요. 2박3일의 짧은 여행, 첫날 숙박은 사파행 슬리핑 트레인에서 해결하기로 한 네 사람은 환전부터 삐걱거렸습니다. 모인 회비가 무려 3200 달러(약 454만 원)였는데, 100 달러 씩 중간중간 환전을 하다 보니 이동할 때마다 돈이 모자라게 된 거예요. 하지만 소소한 티격태격 속에서도 여행은 시작됐습니다.
네 사람 가운데 MBTI가 유일하게 'J'였던 황정민은 출발 전 '목소리 큰 사람 따라 가는 타입'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모습으로 웃음을 줬습니다. 먼저 물건 값이나 택시비를 깎을 생각은 전혀 없고, 오히려 돈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상황이 빨리 해결된다면 그쪽을 택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목적 의식이 분명하고 신속한 해결을 원하기 때문에 가위바위보로 1시간 짜리 리더를 뽑자고 말한 것도 황정민이었습니다. 모두가 평등한 상태에서, 한 마디씩 의견을 보태면 그야말로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상황이 되니까요. 다만 맴버들과 의견이 부딪힐 때면 특유의 '술톤'이 올라온다는 것이 부작용이었어요.
먹는 것에 크게 욕심이 없어 보였지만, '또 먹냐'고 투덜거리다가도 일단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조용해지는(?) 사람이었고요. 음식을 고를 때는 관광지의 화려함보다 로컬의 소박함을 추구합니다. 또 여행 중간 현지 카페에서 쉬거나 택시 등 비교적 편한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대신 체력으로 승부하는 유형입니다. 그래서 걷고 또 걷지만 주변 구경을 하기보다는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는 걸 우선해요. 나머지 세 멤버들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움직이자'고 하지만, 황정민은 일단 큰 틀의 계획은 잡아 놔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지석진은 이런 황정민과 정반대의 여행 스타일을 자랑합니다. '노 어플' 여행에 가장 어울리는 유형이지만 내내 어플 사용을 간곡히 요청한 건 멤버 가운데 가장 여행 경험이 많아서일 거예요.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쓸 수가 없으니까요. 황정민이 극 'J'라면 지석진은 극 'P'입니다. 갑작스런 상황에도 즉흥적으로 대처하고, 심지어는 상황을 만들기까지 하거든요. 현지인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몰 토크를 시도해 정보를 얻거나 가격을 깎는 역할은 지석진이 도맡았습니다.
'풍향고' 멤버들이 하노이 시내의 온갖 환전소를 다 들린 건 지석진의 주도 때문이었는데요.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바가지 쓰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었죠. 베트남은 외국이고, 관광지라서 적정한 가격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여행 지석진의 유일한 불안 요소로 보입니다. 교통수단은 물론이고 잠시 쉴 호텔에서도 "디스카운트?"를 외치는 그의 모습이 큰 웃음을 자아냈어요.
또 지석진은 황정민과 반대로 휴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입이었습니다. 항상 식사와 카페 착석 요청은 지석진으로부터 나왔죠. 맛있는 음식, 특히 디저트를 좋아하기 때문에 카페에서 그가 추천하는 메뉴는 실패한 적이 없어요. 최연장자임에도 각 상황에 솔선수범하지만 의외로 까탈스럽지 않은 타입입니다. 하고 싶은 건 분명해도 고집하지는 않거든요.
이렇게 너무나도 다른 여행 스타일을 보여 준 두 사람이지만, 제작진에게만은 돈을 아끼지 않고 좋은 곳에 가면 가족 생각부터 한다는 점은 꼭 닮았어요. 여러분의 여행 스타일은 황정민과 지석진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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