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관광 무기화'로 압박…최근엔 사이버공격·대선 개입 시도"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인구 1만8천명을 가진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가 중국의 '대만 수교국 찍어내기'의 주요 목표가 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 성향 차이잉원 전 총통이 승리한 이듬해인 2017년부터 중국은 팔라우 등 대만 수교국들에 단교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팔라우가 거부하자 중국은 팔라우에 대한 단체관광을 금지했다.
전체 관광객의 절반에 이르는 중국인의 발길이 끊기자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던 팔라우 경제는 크게 위축됐다.
이런 가운데서도 팔라우는 대만과 의리를 지켰고 중국 대신 같은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과 한국, 일본, 미국 등에 관광산업을 의지했다.
하지만, 팔라우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현재진행형이다.
팔라우는 지난 3월 정부 기록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을 받았는데, 현지 관리들은 공격 주체가 중국과 연관돼 있다고 믿고 있다.
지난달 재선에 성공한 '친서방' 수랭걸 휩스 팔라우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기간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활동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휩스 대통령은 중국 해양조사선이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으로 침입했다며 항의했다.
중국이 이처럼 거칠게 몰아붙이는 것은 팔라우가 가진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기도 하다.
약 500개 섬으로 이뤄진 팔라우는 중국 해군의 작전 반경을 의미하는 제1∼3도련선 가운데 '제2도련선'에 자리 잡고 있다.
제2도련선은 일본과 괌, 뉴기니를 잇는 가상의 선을 의미하는데, 지역 분쟁 시 잠재적 요충지다.
대만군의 지원을 받는 대만 싱크탱크 국방안보연구소의 창정밍 연구원은 WSJ에 "중국이 태평양에 대한 지배력을 얻게 된다면 군사적 충돌 때 미군의 대만 진입이 방해받고 중국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영토를 거쳐 남태평양 도서국들을 순방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전날 마지막 순방국 팔라우에 도착해 "대만과 팔라우는 모두 권위주의의 확장에 맞선 싸움에서 중요한 민주적 보루"라고 역설했다.
중국의 대만 수교국 끊어내기 공세로 현재 대만 수교국은 팔라우를 비롯해 파라과이, 과테말라, 교황청, 벨리즈, 에스와티니, 아이티, 마셜군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등 12개국에 불과하다.
라이 총통 당선 이틀만인 지난 1월 15일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가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걸 포함해 지난 8년간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엘살바도르,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니카라과, 온두라스 등 10개국이 대만에 등을 돌렸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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