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2025년 1월 14일로 예정됨에 따라 체육계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번 선거의 결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몇 년간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의 내부 신뢰와 공정성 문제를 비롯한 각종 의혹과 독선 등 정부와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자신을 향한 혹독한 비판에도 3선 연임을 포기하지 않을 기세다. 이같은 이 회장의 행보에는 체육회장에게 주어지는 명예와 권한 그리고 사적 이익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체육회장은 ‘한국 체육 대통령’으로 불리며 연간 4400억원의 예산을 주무르고, 80여개의 회원 종목단체를 총괄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3선 도전을 본격화한 가운데 ‘이기흥 대항마’로 나선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유승민 전 IOC위원, 강신욱 전 단국대 교수 등 주요 후보들의 개인적 역량과 ‘반이기흥’ 단일화가 선거 결과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한국 스포츠의 중심조직으로 이번 선거는 단순한 리더십 교체가 아닌 한국 스포츠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욕받이’ 이기흥, 명예‧권한‧사적 이익 때문에 3선 출마 고집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화두는 이 회장의 출마 여부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달 12일 3선 도전의 1차 관문인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장 김병철) 연임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 회장의 회장 선거 출마를 두고 내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직원 채용 비리와 금품 수수 등 비위 혐의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회장 직무 정지를 당하고 수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체육회 노동조합의 출마 반대에 직면해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는 수모마저 겪었다.
특히 지난달 28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상혁 부장검사)는 부당 용약 계약 의혹이 불거진 충북 진천선수촌과 강원 평창 동계훈련센터를 압수수색하면서 이 회장을 더욱 압박했다. 검찰은 진천선수촌 운영부 사무실에 있는 용역 업체 계약 담당자의 PC 등에서 심사, 계약 관련 문서 등을 확보했다. 평창 동계훈련센터 소속 직원의 PC와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전날인 27일에는 감사원이 대한체육회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이 회장의 선거 출마에 대한 국민적 여론도 좋지 않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9월 23~24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68.4%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잘 모르겠다"는 26.9%였으며, "적절하다"는 응답은 4.7%에 그쳤다.
이처럼 이 회장은 '국민 욕받이'로 전락했음에도 3선 도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여론의 혹독한 비판에도 이 회장이 선거 출마를 강행하는 이유는 체육회장 자리에 주어지는 명예와 권한, 사적 이익이 가장 크다.
체육회장은 '한국 체육 대통령'으로 불리며 연간 4천400억 원의 예산을 주무르고, 80여개의 회원 종목단체를 총괄한다.
또한 체육회장은 국제 스포츠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돼 활동 중이다.
특히 IOC 위원의 경우 국빈급 대우를 받는 의전 상 특혜가 쏠쏠하다.
해외여행 때 입국 비자가 필요 없고, 공항에서 귀빈실을 사용할 수 있다. 호텔 투숙 시 해당국 국기가 게양되며 IOC 총회 참석 때는 승용차와 통역, 의전 요원을 지원 받을 수도 있다.
한편 지난 5일 이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임기 연장 노력이 무산됐다. 현재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내년 1월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려는 이 회장이 출마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OC 집행위원회는 정년이 됐거나, 연령 제한에 이른 위원의 임기 연장을 위한 추천 명단 11명을 5일(한국시각) 확정해 발표했다. 이들은 내년 3월 그리스에서 열리는 제144차 IOC 총회를 거쳐 임기 연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내년 말 70살로 연령 상한선에 걸린 이 회장도 임기 연장을 노렸지만 집행위원회의 최종 추천 후보 명단에 들지 못했다. 이 회장은 2019년 IOC 위원에 뽑혔고, 내년 말 정년을 앞두고 4년 추가 연임을 노렸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직 프리미엄’ 선거에 절대적 유리
실제로 이 회장은 재임 기간 시도체육회장을 체육회 이사로 선임하고, 지역 체육회의 각종 민원을 해결해주는 방법 등을 동원해 바닥 표를 다져왔다.
대한체육회 선거는 종목별 대표자와 지역 체육 관계자들로 꾸려지는 선거인단 구성의 한계 탓에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이 회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에게는 3선 성공이 직무 정지와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이 회장이 당선을 도와줬던 경기단체장 및 시도체육회장과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고, 그들로부터 주로 의견을 듣기 때문에 출마 포기를 생각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말 이 대한체육회장이 대한체육회 회장선거준비TF팀에 ‘후보자 등록 의사 표명서’를 제출하면서 사실상 3선 도전을 본격화한 가운데 ‘이기흥 대항마’로 꼽히는 나머지 후보는 7명에 달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기존 체제 유지” vs “변화 요구”
이 회장이 출마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출마가 유력하다는 체육계의 관측 속에서, 이번 선거는 기존 체제 유지와 변화를 요구하는 대의원들 간의 선택 싸움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유승민 전 IOC위원, 강신욱 전 단국대 교수 등 주요 후보들을 포함해 7~8명의 후보가 출마를 준비 중이다.
출마를 선언한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유승민 전 IOC위원, 강신욱 전 단국대 교수 등은 선거 초반부터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출마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 후보들은 선거전략 수립과 인지도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은 공식 선거기간이 아니기에 후보들은 출마 의지와 기본 공약을 밝히며 대의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강태선, 실무 경험과 조직력+경영자로서의 추진력 강조
우선 강태선 후보는 체육계 실무 경험과 조직력, 기업 경영자로서의 추진력과 전략을 강조하며, 다른 후보들에 비해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강 후보는 언론홍보와 여론전을 통해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올리고 있으며, 그의 조직적인 접근방식도 체계적이라는 평이다.
또한 그는 서울시체육회장으로서 재임하며 재정 투명성을 강화하고, 체육 단체와 선수들에게 실질적 지원을 제공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강 후보는 대의원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체육계 현안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신뢰를 쌓고 있다. 또한, ESG 경영, 친환경 정책 등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비전을 통해 체육계를 현대화하고 혁신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36 하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여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 제고와 제2의 르네상스를 이루겠다는 공약으로 타 후보와 차별화를 표하고 있다.
유승민, 국제 스포츠계에서의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조
유승민 전 IOC위원은 국제 스포츠계에서의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체육계를 혁신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젊음과 투명성을 강조하며 개혁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지만, 국내 체육계에서의 실질적 네트워크와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직전까지 IOC위원으로서 대한체육회장과 공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강력하게 차별화된 전략과 입장을 밝히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 후보의 전략은 대의원들에게 국제 스포츠무대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한편, 체육계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그는 국내 체육계의 현실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강신욱, 균형 잡힌 리더십으로 실질적 대안 제시
강신욱 전 교수는 체육행정과 학문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리더십을 내세우며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그는 체육행정의 구조적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의원들에게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면 세 번째 도전이 된다. 2016년과 2021년 선거 출마 경험을 바탕으로 일정부분 지지 기반과 조직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두 번의 선거 패배에 따른 완주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 간 연대 필수적…단일화 성사 되나?
현재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후보들의 경쟁력과 조직력을 기반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선거를 살펴 볼 때 체육계 내부에서는 단일화 논의가 점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이 회장의 강력한 조직력과 대의원 네트워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요 후보들 간의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태선 후보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캠페인으로 초반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유승민 후보와 강신욱 후보가 각기 다른 강점과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어 이들 간의 화학적인 협력이 단일화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유승민 후보는 국제적 경험과 개혁적 이미지를, 강신욱 후보는 체육행정과 학문적 전문성을 내세워 각자의 독자적 지지층을 어느 정도 형성하고 있다.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 간의 정책적 연대와 역할 분담, 대의원들에게 제공할 비전의 통합은 최종 선거결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의 조직력과 정책 등을 기반으로 단일화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고, 체육계 변화를 이끌어갈 리더로서의 모습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이기흥 연대’ 분위기 조성되나
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이 이 회장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반이기흥 연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출마 의지를 굳힌 후보 중 3명이 이미 박창범 후보를 찾았고, 다른 후보들도 방문 가능성이 커 '반이기흥' 연대 후보들의 '야권 단일화'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자 구도에서 체육회장 선거가 치러질 경우 이 회장의 연임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단일화를 통한 확실한 대항마를 내세울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체육회장 선거 때 이 회장에 맞서는 후보들의 단일화 시도가 무산됐던 경험을 가진 강신욱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도 단일화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해야 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도 단일화 가능성에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유 후보는 "후보 간 단일화 방식에 대한 합의만 이뤄진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그러려면 후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 등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태선 후보 측도 반이기흥 연대에 공감하면서 후보 단일화 논의 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유인촌, 이기흥 직무 정지 두고 “대한민국 체육의 밝은 미래를 향한 고통스러운 시간”
이처럼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단순한 리더십 교체가 아니라, 체육계의 투명성과 국제적 경쟁력을 되찾는 전환점이자, 한국 체육계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후보들은 각자의 비전과 공약을 통해 대의원들에게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최종 승리의 관건은 단순히 후보 개개인의 역량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보간 단일화를 통해 대의원들의 신뢰를 얻고, 체육계 내부의 목소리를 통합하며, 대한체육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체육계 관계자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체육계가 신뢰와 공정을 회복하고,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 회장의 직무 정지 결정 직후인 지난 달 11일 정부와 대한체육회 사이 갈등에 대해 "더 나은 대한민국 체육의 밝은 미래를 향한 고통스러운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 유 장관은 “"근래 체육계에 여러 어려운 일이 있지만 이것은 더 나은, 더 새로운 대한민국 체육의 밝은 미래를 향한 고통스러운 시간"이라며 "우리 미래를 향해 전진의 한 발짝을 더 나아가는 시간으로 생각해주시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2025년 1월 14일 열린다. 이번 선거는 선거인단 약 2300명 투표로 진행된다. 오는 24~25일이 후보자 등록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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