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표결을 앞두고 있지만 일부 허술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계엄 사태 초기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했는데 야당이 다음날 탄핵안을 급히 만들면서 여과 없이 담겼다는 지적이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과 무소속 191명이 발의한 탄핵안은 4일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지 13시간 만에 만들어져 제출됐다. 탄핵안은 7일 오후 7시쯤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며 108명인 국민의힘은 반대 당론을 확정했다.
첫째로 탄핵안에는 "특히 계엄군 다수가 총기를 휴대한 채 국회 본청에 진입하여 당시 본회의가 열리고 있던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한 것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며, 또한 당시 군병력이 서울 시내에 장갑차를 타고 출동하였는바, 앞서 본 군병력의 국회 진입과 종합할 때 그 정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따라서 이는 형법 제87조가 정하는 폭동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이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온라인에서 서울 사당역과 논현역 인근 도로 위에 장갑차가 출몰한 것을 찍은 사진이 삽시간에 퍼진 것을 토대로 적은 것이다. 그러나 해당 장갑차 사진에 현재는 없어진 편의점 브랜드 '미니스톱'이 포함돼 있거나 현재 계절과 맞지 않는 파릇파릇한 나무들이 같이 찍혀 예전 사진이라는 것이 금방 들통났다. 미니스톱은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에 인수돼 지난 3월 통합 및 브랜드 전환 작업이 완료됐다. 계엄 당시 국회 앞에 주차된 군 수송 차량은 장갑차가 아닌 일반 군 차량이었다.
둘째로 탄핵안에는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하여 부득이한 경우에 부여한 대통령의 비상대권인 비상계엄 발령권을 그 요건이 불비함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남용하였고(계엄법 제2조 제2항), 국무회의 심의를 고의 누락하였으며(계엄법 제2조 제5항), 국회의 계엄 해제에 지체없이 응할 의무(계엄법 제11조 제1항)를 위반하는 등 법률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태 초기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가 열리지 않았다는 설이 확산했으나 지난 3일 밤 10시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가 긴급 소집됐다는 새로운 보도가 나왔다. 탄핵안은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국무회의 참석 인원은 11명이었고 국무위원들은 회의 안건이 비상계엄 선포라는 설명을 듣자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의결권을 갖고 있지 않은 국무회의는 약 20분 만에 끝났고 윤 대통령 뜻대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셋째로 탄핵안에는 "헌법에 따라 인정되는 국회의 계엄 통제권을 무시하고 국회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포고령을 포고하였고, 이에 따라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갖는 계엄령에 대한 해제요구안 심의‧표결권까지 침해하였다. 이로 인해 일부 야당 국회의원은 물론 여당 교섭단체 대표(원내대표)를 비롯한 다수의 여당 국회의원들이 군경의 국회 봉쇄로 집회 출석이 무산되기에 이르렀다"고 적혔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전 본회의장으로 오라는 한동훈 대표의 지시를 따른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이었다. 나머지 상당수 의원들은 국회 건너편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모여있거나 개별 행동을 했다. 이들은 추경호 원내대표의 오락가락 지시로 혼란을 겪었다고 했다. 원내대표 이름의 공식 집결 지시는 3일 오후 11시 이후 2시간 동안 ‘즉시 국회→중앙당사 3층→국회 예결위 회의장→당사 3층’으로 계속 달라졌다. 추 원내대표는 탄핵안의 설명과 달리 표결 전 국회 본청에 있었다. 그는 표결 후 기자들과 만나 "불참은 제 판단이다. 그렇게 판단한 것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탄핵안의 해당 내용은 민주당이 추 원내대표에 내란죄 적용 고발을 검토하는 이유와도 배치되는 부분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6일 국회 기자들과 만나 "추 원내대표는 불법계엄이 선포된 긴박한 상황에서 자당 국회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당사로 유인하고, 혼란 부추겨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계엄령 직후 오후 10시35분께 집회 관리 부대를 국회에 배치했고 두 차례 출입 통제가 이뤄졌다. 첫 번째는 10시46분께 국회 내 돌발 상황을 우려한다는 이유였고 20분 뒤 의원·관계자들은 신분 확인 후 출입이 허용됐다. 그러다 11시37분께 두 번째 전면 통제가 실시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경우 입구 앞에서 대치했는데 나머지 구역은 통제가 느슨한 탓에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대표, 안철수 의원 등이 담을 넘어서 들어갔다.
넷째로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을 향해 "소위 가치외교라는 미명 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침으로써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전쟁의 위기를 촉발시켜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 의무를 내팽개쳐 왔다"는 비판이 담겼다.
그러나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따라 대한민국은 북한을 국가가 아닌 영토 북부를 불법 점령 중인 반국가단체로 취급한다. 대법원은 여타 판례에서 북한을 일관되게 반국가단체로 보고 있다. 국방부의 '2022년 국방백서'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적시됐다.
다섯째로 탄핵안에는 "한편 이태원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수도 서울에서 한밤중에 159명의 생명이 목숨을 잃는 사태를 초래하고도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 행복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고 공감을 보이려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적혔다.
이는 그동안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야권의 주장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도 세월호 참사 대응과 관련 국민생명과 안전보호라는 직무를 유기했다며 7시간 은폐 의혹을 끼워 넣은 바 있다.
하지만 2017년 3월 헌재 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은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 대통령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렵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수사를 진행한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서울경찰청·용산구청·용산경찰서 등에서 책임 있는 사람 23명을 입건했다. 헌법재판소는 이태원 참사 책임 문제로 오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에서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에선 야당의 탄핵안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위 탄핵소추문이라고 하는 것의 결론이라고 하는 부분을 보면 정말 아연실색하게 된다"며 "물론 비상계엄이 잘했던 일이다, 이렇게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탄핵소추문 자체를 본다고 하면 이것은 부당하기 이를 데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와의 우선적인 우방 외교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를 적대시했다. 이게 탄핵소추문이라고 하는 게 이게 과연 말이 되는가"라며 "결국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땅에는 친미와 그리고 친북과 친중 간에 있어서의 대결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이 탄핵소추문에는 바로 그들의 반란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태원 사건은 그 당시에 담당 부서인 행안부 장관이 탄핵소추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기각됐다"며 "행안부 장관이 기각된 사건을 여기에 대통령 탄핵소추문에 또 넣는다고 하는 것은 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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