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독립영화의 오늘을 알려온 서울독립영화제가 50주년을 맞이했다. 그 기나긴 여정을 돌아보며, 서울독립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1백 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그중 장편 10편, 단편 10편을 만든 스무 명의 감독에게 서울독립영화제의 인연과 추억을 물었다. 50년의 시간을 생생히 목격하고 함께해온 20인의 목소리. 그 안에는 독립영화에 대한 사랑과 서울독립영화제를 향한 응원이 분명히 담겨 있다.
연상호 감독 <지옥>
서독제와의 인연 20대 중반 무렵, 스물아홉 번째 서독제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지옥>을 상영했다. 돌이켜보면 의욕만 앞서던 시절이지만, 이곳에서 작품을 상영한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의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잘하고 있구나, 내가 하는 일이 아무런 의미가 없지는 않구나 하고 깨닫는 계기였달까. 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만난 소중한 경험들 덕에 영화를 매개로 소통하는 일을 지금까지 지속할 수 있었다.
나에게 서독제란 든든한 뒷배. 서독제를 통해 나와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을 만났다. 이들과 나는 몇 년 만에 만나도 그 시절 이야기로 밤을 지새울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추억을 공유하는 사이다. 서독제에서 상영하는 독립영화들을 보며 감독으로서 자극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그해 가장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하는 독립영화들을 접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신선한 작품들을 보며 새로운 연출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5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한국 영화계는 여전히 독립영화로부터 새로움이란 가치를 수혈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창작자가 자신의 비전을 비교적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 산업 전반에서 독립영화가 지니는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 독립 영화가 공급해온 새로움이라는 피가 끊겼을 때 마주할 한국 영화계의 미래를 상상하다는 것 자체가 비극적인 일이라 본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서독제는 해마다 그해 가장 보석 같은 독립영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영화제 기간 동안 극장을 찾아 작품을 골라 보는 재미는 OTT 시리즈나 유튜브 콘텐츠, 사랑하는 웹툰을 찾아서 보는 것만큼이나 클 것이다. 올해도 많은 관객이 서독제를 찾아 독립영화의 축제를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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