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중기가 거친 소년미를 발산하며 영화 '보고타'를 이끈다.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를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해 한국의 정반대 나라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처절한 생존기로 신선한 비주얼을 선사한다. 연말 개봉을 확정한 '보고타'가 침체된 한국 극장가에 활기를 더할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린다.
'보고타'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로 향한 국희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 박병장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은 작품에 대해 "멀리 떠나간 사람들의 우정과 배신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청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집안이 망해서 멀리 떠난 한 소년이 열두 해가 지나면서 줄곧 생존하기 위해 일찍 어른이 된다. 그런 게 안쓰럽지만 어른이 되기 위해서 우정을 나누고 그러다 배신을 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
특히 김 감독은 송중기를 비롯해 이희준, 권해효 등 연기파 배우들의 캐스팅을 완성한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성제 감독은 "연출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어떤 모습일까 상상을 하게 된다"라며 "작업을 하다 보면 훌륭한 배우들에 한해서, 감독과 배우가 역전되는 순간이 생긴다. 배우가 나보다 이 역할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구나하는, 저와 다른 비전을 보여주는 순간이 생긴다. 그런 순간을 포착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배우분들이 각자가 잘 마무리를 해버리셨다. 그걸 보면서 '내가 이런 영화를 만들려고 했구나'라는 걸 느꼈다. 훌륭한 배우들 덕에 저는 관객의 기분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보고타'는 2019년 팬데믹 시기 촬영에 돌입, 최근까지 후반 작업을 이어가며 드디어 개봉하게 됐다. 김성제 감독은 "'5년 전에 찍은 영화'라는 말이 속상했다. 저희가 2019년 12월에 배우들이 보고타로 들어갔고, 20년부터 찍기 시작했다. 2년 반에 걸쳐 찍었고, 1년 반에 걸친 후반 작업을 했다"라며 "특별히 예전에 찍은 영상을 지금의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애쓰지는 않았고, 우리 영화에 걸맞은 표현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 우리는 이제 막 만든 따끈따끈한 영화를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극 중 송중기는 사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꿈꾸는 청년 '국희' 역을 맡았다. 국희는 인생의 마지막 남은 희망을 붙잡기 위해 밀수품 운반에 뛰어들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게 되는 인물이다.
송중기는 10대부터 30대에 걸친 '국희'의 모습을 직접 연기했다. 캐릭터에 대해 "나이순으로 상황에 맞게끔 바뀌는 입체적인 캐릭터"라며 "제가 최근에 한 캐릭터 중에 가장 욕망이 득실득실한 친구가 아닌가 싶다. 살아남아야 하니까 욕망덩어리가 된 인물이다. 좋게 표현하면 책임감이다. 내가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마음속의 뜨거운 것들이 올라온다. 끝으로 갈수록 용암처럼 뜨거워지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특히 주연배우로서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도 덧붙였다. 송중기는 "부담감은 당연히 있었다. 팬데믹은 모두가 겪은 거라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집중했다. 주어진 임무 안에서 이 영화를 관객분들께 끝까지 잘 소개해 드려야겠다는 묵직함이 느껴진다"라며 "지금 이 자리에 오니 드디어 인사를 드리는구나 싶어서 감개무량하고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
이희준과 권해효는 보고타 한인 사회의 중심인 두 인물로 분한다.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이자 통관 브로커 '수영' 역을 맡은 이희준은 갑자기 등장한 국희를 신뢰하는 인물이다. 이희준은 송중기와의 호흡에 대해 "수영이 왜 이렇게 국희를 좋아하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 이유는 대본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라며 "저도 늘 고민했던 지점인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제가 그냥 (송)중기가 좋은 것처럼 수영도 국희가 좋다는 끌림이 있었겠구나 싶었다"라고 떠올렸다.
권해효는 보고타 한인 사회의 최고 권력자이자 밀수 시장의 큰손 '박병장'을 연기한다. 박병장은 70년대 초반 남미로 이민, 현재는 한인 사회의 실세가 된 인물이다. 국희의 부친이자 월남전 전우인 '근태'(김종수)를 보고타로 끌어들인 박병장은 의뭉스러운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다.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한 권해효는 "박병장은 처세술에 능한 사람이다. 충청도 사투리를 통해 약간은 편하게, 또 재밌게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라며 "이 영화는 성장의 영화이면서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삶의 변화를 위해 이국에 왔지만 정작 자기는 멈춰진 상태인 거다. 그러다 국희를 만나 시험하는 인물"이라고 귀띔했다.
-
여기에 박지환과 조현철이 극에 힘을 더한다.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의 캐릭터를 '작은 벌레', '사랑을 바라는 개'로 표현해 이목을 끌었다. 박병장의 조카이자 '작은 박사장', 일명 '짜박'을 맡은 박지환은 "박병장 아래에서 작은 사업체도 운영하고 나름 열심히 사는 인물인데 살짝 콜롬비아에 취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 나름대로 고민에 빠지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조현철은 국희를 견제하는 수영의 후배 '재웅'을 연기한다. 조현철은 "교환학생으로 보고타에 왔다가 동문인 수영이 형을 따라 장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형 옆에 국희가 있는 거다"라며 "재웅은 사랑을 바라는 개같은 느낌으로, 관심을 빼앗기니까 그 속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마냥 주인을 따르는 개는 아니다"라고 설명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날 배우들은 현장의 중심으로 송중기를 꼽기도 했다. 이희준은 "이 영화 속에서 국희가 가족들을 위해 애쓰지 않나. 송중기라는 배우가 여기에서 가장 어리지만 영화 전체의 프로덕션을 가장 많이 배려하고 책임지고 있다"라며 "개봉하는 순간까지도 프로듀서처럼 많은 것을 배려하고 이끌고 있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해 현장을 훈훈하게 했다.
게다가 최근 열린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너와 나'로 신인감독상을 받은 조현철은 "제가 보고타에 있을 때 '너와 나'를 썼다. 보고타에서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다. 그게 우리 영화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긍정 에너지를 전했다.
2024년 말미를 장식할 영화 '보고타'는 오는 12월 3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인기뉴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