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페퍼저축은행과 신한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대법원의 판단을 받는다. 2심 재판부는 사실상 은행의 편을 들어줬다.
자녀를 사칭한 피싱범에 속아 신분증 사진 등을 제공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출이 실행되거나 예금이 인출됐다.
피해자들은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은행에 책임을 물어 불법 대출 및 예금 인출의 거래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이다.
대법, 페퍼저축은행 본격적 심리 진행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는 앞서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2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5월 대법에 상고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9월 심리불속행 기간이 지났다. 대법이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하게 됐다는 의미다.
A씨는 2022년 딸을 사칭한 피싱범에게 운전면허증 사진과 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이후 피싱범은 A씨의 명의를 도용해 페퍼저축은행에서 9000만원 대출을 받고 빼돌렸다.
이에 따라 A씨는 2022년 8월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불법 대출인 채무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에서 수원지방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2심 판결에서 수원지법은 1심을 뒤집은 판결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페퍼저축은행이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당시 금융회사가 신분증의 진위를 확인하는 기술이 없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신한은행 피해자 2심 판결 불복…상고 예정
비슷한 사례로 보이스피싱 피해자 B씨는 신한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2심 판결에 불복해 이달 중 대법에 상고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2심 재판부는 지난달 22일 원고일부승을 선고했지만 재판부가 신한은행으로 하여금 B씨에게 배상하라고 선고한 금액이 1심 판결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B씨는 지난 2022년 1월 신한은행에 1억3000만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신한은행이 B씨에게 397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지만 2심에선 배상금이 약 930만원으로 감소했다.
B씨는 신한은행이 피싱범에게 OTP(일회용 비밀번호)를 발급해주지 않았으면 100만원 이상이 이체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B씨는 자녀를 사칭한 피싱범에게 신분증 사진 및 계좌 비밀번호를 알려준 이후 1억5000만원의 예금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신한은행이 공인인증서 등과 같은 접근매체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본인확인절차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접근매체의 발급 과정에서 실명확인 여부는 ‘미리 합의한 절차’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신한은행 약관에서 접근매체 정보 또는 단말기 정보를 신고된 것과 대조해 그 일치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해당 접근매체가 원고에게 유효하게 귀속된 수단인지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신한은행, 원본 여부 확인할 수 있는 조치 취했어야”
재판부가 신한은행이 확인하지 못한 책임을 간과한 건 아니다. 2심 재판부는 신한은행이 주민등록증 원본이 아닌 사본을 활영한 2차 사본만으로도 실명확인증표 사본을 제출하는데 충분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다가 신분증의 원본탐지기술은 금융회사가 기술적으로 완성할 수 없고 사건 당시 보편화되지도 않았다는 신한은행 주장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실명확인증표의 원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봤다. 이는 페퍼저축은행 판결과 다른 부분이다.
이와 관련 B씨는 더리브스 질의에 “지금까지 모든 판결에서 금융사가 접근매체든 인증수단이든 하나라도 본인확인을 잘못하면 100% 책임졌다”라며 “범인이 (신분증) 사본으로 OTP 못 받았으면 1억5000만원이 넘어가질 않는데 열쇠 3개가 모두 필수로 필요한 거래에서 1개 열쇠를 금융사가 함부로 내주면 그게 어떻게 (은행의) 20% 책임인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한편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비대면 대출 실행에 있어 당시 적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서 실행됐고 항소심이 승소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태”라며 “비대면 본인 확인 절차를 수행할 때 금융위에서 고시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항들을 다 이행하고 있고 당시도 그렇게 실행이 됐던 채권이다”라고 답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고 의사를 묻는 더리브스 질의에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임서우 기자 dlatjdn@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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