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1990년대 말 벤처 열풍이 불었던 그때처럼, 대기업들이 앞다퉈 사내벤처 육성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새로운 혁신 동력이 절실해진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은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차세대 혁신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네이버의 성공 사례가 보여준 사내벤처의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1997년 삼성SDS의 작은 사내벤처로 시작해 국내 최대 IT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해진 의장이 이끈 작은 도전이 오늘날 시가총액 수십조 원의 거대기업을 탄생시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현재의 사내벤처 열풍이 더욱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 '벤처 거품'으로 끝났던 1990년대와 달리, 이제는 딥테크와 같은 실질적 기술력과 시장성을 갖춘 혁신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락>뉴스락>은 국내 10대 기업의 사내벤처 프로그램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벤처생태계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기업 수명 12년 시대 온다...대기업들의 생존 전략 '사내벤처'
기업 수명 단축이라는 생존의 기로에 선 국내 대기업들이 사내벤처를 새로운 혁신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존속기간이 1958년 61년에서 2027년 12년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기업 생존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대기업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그 해답으로 떠오른 것이 사내벤처다. 사내벤처는 기업이 본업과 다른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기업 내부에 설치하는 독립된 벤처기업이다.
기업은 단기간에 신규 사업을 육성할 수 있고, 직원들은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4년 들어 국내 대기업들의 사내벤처 투자는 딥테크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 로봇공학, 모빌리티 등 10대 핵심 기술 분야의 투자 비중은 2023년 말 31%에서 2024년 1분기 40%로 크게 늘었다.
한화시스템의 자회사 플렉셀스페이스는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 사내벤처는 에어버스와 차세대 우주 태양전지 모듈 개발 협력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사내벤처는 대기업에게 여러 전략적 이점을 제공한다. 기존 기업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도 스타트업의 민첩성을 확보할 수 있어 신규 시장 진출과 기술 혁신에서 큰 강점을 보인다.
벤처투자 시장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3분기까지 누적 벤처투자액이 8.6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벤처투자가 18.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네이버의 성공 사례가 보여주듯, 사내벤처는 모기업과 벤처 기업 모두에게 윈윈(Win-Win) 전략이 될 수 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한국의 벤처투자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세계적 수준의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 '벤처투자시장 도약전략'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2의 네이버 신화를 찾아서...삼성·SK·현대차 등 혁신 드라이브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기업 수명 단축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삼성과 SK를 필두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사내벤처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바이오, 모빌리티 등 신성장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회장 이재용)는 2012년부터 임직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업화하는 'C랩(Creative Lab) 인사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12월 기준 총 391개의 사내벤처를 육성했으며, 61개 기업이 독립 법인으로 분사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중 링크플로우와 에임트는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예비유니콘으로 도약하며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최근 CES 2025에서는 C랩 출신 스타트업들이 핀테크 분야 최고혁신상 1개를 포함해 AI, XR,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12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SK그룹(회장 최태원) 계열 SK하이닉스는 '하이개라지' 프로그램으로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분야의 스타트업을 육성 중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설계 솔루션 기업 '알세미' △공정 자동화 전문기업 '차고엔지니어링'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 'FLC'가 성공적으로 분사했다.
SK하이닉스는 창업 장려금을 지원하고 실패 시 재입사가 가능한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의 창업 도전 문턱을 낮췄다.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의선)의 2000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벤처플라자'를 운영해왔으며, 2021년부터는 '제로원 컴퍼니빌더'로 명칭을 변경했다.
지난해까지 총 36개의 사내 스타트업이 독립 분사에 성공했으며, 분사 기업들에게는 1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와 함께 분사 후 3년까지 재입사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계단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개발한 '모빈'과 AI 기반 맞춤형 음악 서비스 '어플레이즈'가 분사 기업 중 대표적이다.
LG그룹(회장 구광모) 주력 계열사 LG전자의 2020년부터 운영해오던 기존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2023년 5월 '스튜디오341'로 새롭게 재편했다.
스타트업 전문 육성기업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협력해 선발부터 사업화까지 지원한다. 선발 팀은 별도 사무실에서 스타트업 업무에만 집중하며, 팀당 최대 4억원의 창업 자금을 받는다.
저온 유통 솔루션 '신선고', 골프장 잔디 관리 로봇 '엑스업', 재활용 플라스틱 B2B 거래 플랫폼 '파운드오브제' 등이 분사했다.
롯데그룹(회장 신동빈) 식품부문 주력사인 롯데웰푸드는 2021년부터 '롯데 크리에티브 밸리(LOTTE Creative Valley)'를 운영 중이다.
선발 팀에게 사업 지원금과 외부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롯데벤처스의 1:1 컨설팅을 지원한다.
사업 실패 시에도 실패장려금을 지급하고 재입사를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최근 세 번째 사내벤처인 '알앤지컴퍼니'가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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