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한미약품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의한 불확실성으로 안갯길을 걷고 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중심으로 경영권을 장악한 형제(임종윤·임종훈)와 주요 사업회사 한미약품을 전초기지로 삼고 빼앗긴 경영권을 수복하고자 하는 4인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킬링턴 유한회사)의 치열한 공방전이 점입가경이다.
분쟁은 올해 1월 모녀(송영숙·임주현)가 형제와 어떠한 논의도 없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한 것을 시발점으로 한다.
그로부터 양측은 지리멸렬한 공방전을 거듭해오다, 3인연합은 주주제안을 통해 지난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진입시켰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내 우호세력도가 5대5로 재편된 상황 속, 이들은 오는 19일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또 다시 공방전을 벌일 예정이다.
이달 2일에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주도했던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 킬링턴 유한회사를 통해 3인연합과 주주간계약을 맺고 '최대주주 4인연합(이하 대주주연합)'을 구축했다.
대주주연합은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형제 측 주주제안에 대한 방어전에 나선다.
<뉴스락>뉴스락>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현재를 짚고, 핵심 쟁점을 살펴봤다.
한미약품 임시주총 관건은... 한미사이언스 41.42% 주주권 행사 향방
임종훈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보유 한미약품 주식 41.42% 가량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결의 없이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주주권(의결권)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3인연합의 주주제안으로 이사회 내 우호세력도가 5대5로 재편되면서, 사실상 이사회 결의를 통해서는 주주권 행사가 불가해졌기 때문이다.
오는 19일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주총은 형제 측의 주주제안으로 이사회 내 대주주연합 측 우호인사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신동국 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 해임과 형제 측 우호인사인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 신규 선임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사 해임 안건은 출석주주 66.7%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다.
지난달 14일 기준 한미약품의 지분 구조는 ▲한미사이언스 41.42% ▲국민연금 9.43% ▲신동국 7.72% ▲소액주주 39.14% 등으로 구성된다.
임종훈 대표 측은 주주권을 행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주주연합은 적법한 의사결정 체계를 거치지 않은 권한 남용이라 지적하며, 수원지방법원에 임종훈 대표 1인 의사에 따른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임종훈 대표 측은 어떤 법령이나 정관, 이사회 규정에서도 대표이사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정하지 않고 있고, 이미 이사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소집된 임시주총이기에 법적·절차적 흠결이 없다고 주장한다.
<뉴스락> 의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사이언스가 주장하는 '충분한 논의'는 지난 10월 23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진행된 임시 이사회를 가리킨다. 뉴스락>
이 자리는 송영숙 회장의 요청으로 진행됐다.
지난 3일 한미사이언스는 임시 이사회에서 ▲한미약품 이사 개임(다른 사람으로 바꿔 임명함) 필요성 ▲한미약품 임시주총 소집청구 철회여부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뉴스락> 은 한미사이언스에 '정관상 이사회 내 가부동수(찬성표와 반대표의 수가 같은 경우)가 발생했을 때, 정함이 없는 상황에서 임종훈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보유 한미약품 주식 41.42%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질의했다. 뉴스락>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법무법인의 검토가 이뤄진 사안으로 법적, 절차적 문제가 없다"며 "지난 10월 23일 임시 이사회에서 양측은 임종훈 대표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도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임시 이사회 기록' 등 명문화된 증거와 함께 자문을 받은 법무법인이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관계자는 "임시 이사회 기록은 내부 문건으로 공개할 수 없지만, 기록은 존재하고 합의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자문을 받은 법무법인이 어디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주주연합 측은 "한미약품 임시주총 개최 건만 이사 수 부족으로 가결됐다"며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한미약품 주식 41.42%에 관한 의결권 행사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이 갈린다. 한 쪽은 거짓된 주장을 하고 있다.
수원지방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증명의 2년' 임종훈 대표, 능력 입증해야 경영권 지킨다
분쟁 상황 속 임종훈 대표가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임기가 끝나는 2027년 이후에도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약품 임시주총과는 별개로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해지는 건 형제 측이다.
2025년 3월 정기주총에서 대주주연합 측의 한미약품 이사진 3명의 임기가 만료되고, 오는 2026년 3월에는 송영숙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이사회 재편 과정에서 임종훈 대표를 지지하는 이사진이 진입하면, 지주사 지배력이 공고해지고 임종훈 대표의 입지도 그 만큼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6일 '한미그룹 중장기 성장 전략'을 공시했다.
2028년까지 2조3267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률 13.7%(약 3187억원)를 올리는 회사로 키워내겠다는 목표가 담겼고, 이를 위해 8150억원의 투자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주주연합은 해당 전략에 대해 "과거 보고서를 짜집기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30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외부 컨설팅을 받은 보고서가 실질적인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8150억원의 투자 자금 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부족하다"고 짚었다.
최근 대주주연합에 합세한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임종훈 대표가 취임한 이후인 올해 2분기와 3분기 한미사이언스의 수익성이 심각한 수준의 하락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의 별도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43억7815만원으로 전년 동기(65억9391만원) 대비 34% 감소했다. 3분기는 48억6629만원으로 전년 동기(88억9055만원) 대비 45% 급감했다.
다만, 제약바이오 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2개 분기의 실적만으로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과 관련해 글로벌 의결권자문기관 ISS는 의결권 행사 권고 보고서에서 대주주연합 측이 제기한 '현 경영진 하에서 구체적인 사업 성과가 미진하고 주가 실적 또한 부진하다'는 의견과 '기업 지배 구조 관련 우려가 부진한 주가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이사회가 구성된 지 7개월에 불과하고 바이오 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실적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임종훈 대표의 경영능력이 과거부터 낙제점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종훈 대표가 2012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이끌었던 한미헬스케어와 한미IT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한미헬스케어는 2000년 설립됐다. 2017년 온타임솔루션, 한미IT를 흡수합병했으며, 2022년 11월 한미사이언스에 합병됐다. 한미IT는 2005년 설립됐고 2017년 흡수합병 이전까지 한미헬스케어의 지분 80% 이상을 보유한 지배기업이었다.
한미IT의 별도 기준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2년 157억원 ▲2013년 145억원 ▲2014년 211억원 ▲2015년 301억원 ▲2016년 384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2012년 14억원 ▲2013년 13억원 ▲2014년 13억원 ▲2015년 7억원 ▲2016년 23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미헬스케어의 매출 추이는 ▲2012년 536억원 ▲2013년 456억원 ▲2014년 413억원 ▲2015년 415억원 ▲2016년 384억원 ▲2017년 264억원 ▲2018년 755억원 ▲2019년 900억원 ▲2020년 1016억원 ▲2021년 104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2012년 39억원 ▲2013년 13억원 ▲2014년 54억원 ▲2015년 38억원 ▲2016년 45억원 ▲2017년 2억원 손실(적자전환) ▲2018년 66억원 ▲2019년 62억원 ▲2020년 63억원 ▲2021년 41억원으로 나타났다.
한미헬스케어의 매출 실적은 임종훈 대표의 임기 첫 해인 2012년 대비 2017년 반토막이 났다. 그해 영업이익도 적자전환했다. 온타임솔루션과 한미IT를 흡수합병한 2018년부터 매출은 늘었지만,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2012년 한미IT의 영업이익률은 9%이다. 2016년에는 6%로 3% 가량 줄었다. 2012년 한미헬스케어의 영업이익률은 7%이다. 2021년에는 4%로 쪼그라들었다.
합병을 통해 매출 볼륨은 늘렸지만, 수익성은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한미IT와 한미헬스케어가 한미약품그룹 내 회사에 기댄 부분이 적지 않다는 부분을 고려하면, 더욱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2016년 기준 한미IT는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등 그룹사와의 거래를 통해 한미헬스케어 등을 포함한 연결기준 420억원(전체 매출의 50%)을 벌어들였다. 한미헬스케어 역시 2021년 기준 213억원(20.29%)의 매출을 올렸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불씨... 상속세 리스크는 '여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오너일가 4인방(송영숙·임종윤·임주현·임종훈)의 상속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 1월 OCI그룹과의 통합을 두고 형제와 모녀가 대립하게 된 원인도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녀는 이종산업 통합이라는 이례적인 결단을 냈고, 형제는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족 간 불화가 한미약품그룹을 송두리 째 흔들고 있는 것이다.
2020년 8월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이 별세하면서 오너일가 4인방은 지분 2308만여주를 상속 받았다. 당시 지분가치 기준으로 약 5407억원 가량의 상속세가 부과됐다.
오너일가 4인방은 상속세를 5년 동안 6차례에 나눠 연부연납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4차분 납부를 완료했고, 총 3분의 2정도를 납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잔여금은 약 1700억원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거액의 주식담보계약, 환매조건부 주식매매 계약 등을 체결하고서도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속세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우려한다.
그간 직접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및 자녀 지분까지 대차해서 상속세를 감당해왔지만,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모녀는 재원 마련을 위해 지난 9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지분을 매각했고,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에 추가 매각했다.
특히 임종훈 대표가 지난달 14일 상속세 납부 기한이 다가오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105만주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자금 조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때 지분율은 9.27%에서 7.85%로 변동됐다.
이와 관련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 대표의 블록딜 주식매각이 송영숙 회장이 약 296억원의 갚을 돈을 변제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송영숙 회장은 "채무불이행은 사실과 다르고, 변제 방법과 시기에 대해 계속 협의중인 상황이었다"며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산(지분)을 물려받고도, 본인의 사정 때문에 어머니를 주주들 앞에 세워 망신을 주고 있어 참담하다"고 밝혔다.
◇ 한미약품(128940)에 대한 증권가의 시선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시장분석가들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에 대해 최근 유지 또는 상향 의견을 냈다.
장민환 iM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일 "목표주가 40만원을 유지한다"며 "4분기 실적 정상화 및 내년 R&D 모멘텀을 앞두고 경영권 안정화와 장기 비전 수립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4일 "목표주가 44만원을 유지한다"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한미약품의 기업 역량이 훼손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기준 EBITDA를 적용해 목표주가를 기존 40만원에서 44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Target multiple은 경영권 분쟁 이슈로 인해 기존 14.2배에서 약 15% 할인한 12.1배를 적용했으나, 해소될 경우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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