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 내부. 초창기엔 철이 귀해서 금형 설계를 하지 못했고 나무 틀에 철을 입혀 두들기며 모양을 만들었다. /사진=박찬규 기자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니시구에 위치한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Toyota Commemorative Museum of Industry and Technology)은 토요타자동차의 창업자인 토요다 키이치로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1994년 개관했다. 키이치로는 토요다 사키치 토요타그룹 창시자의 장남이다.
기념관은 토요다방직 본사 공장이자 토요타그룹 발상지에 세워졌다. 빨간색 벽돌로 마감된 건물 외벽을 그대로 보존·활용하며 역사적 가치를 높였다. 나아가 그룹의 발상지로서 '기술혁신과 산업발전이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제품 제조(모노즈쿠리) 역사에 대한 학습의 장으로서 사회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게 목표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 /사진=박찬규 기자
이에 힘입어 2007년 일본 경제산업성으로부터 일본 산업 유산의 가치를 교육하고 그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근대화 산업 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달 이곳을 방문, 토요타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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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방직기의 발명… 일본 섬유산업 발전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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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을 둘러보는 건 오쿠가와 미치타카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시니어 어드바이저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까지 토요타자동차에서 엔지니어로 일했고 정년퇴임 후 올해부터 이곳에서 어드바이저로 활동 중이다. 단순히 안내만 담당하는 게 아니라 히스토리 중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그와 어울리는 전시물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구상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전시는 크게 섬유기계관과 자동차관으로 구성됐다. 두 전시실에서 토요다 사키치, 토요다 키이치로의 업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토요다 사키치가 발명한 수동 방직기 원형은 여전히 작동한다. /사진=박찬규 기자
먼저 둘러본 곳은 섬유기계관이다. 다이쇼 시대에 세워진 방직공장을 활용한 공간으로 당시 기둥과 대들보, 붉은 벽돌로 이뤄진 벽을 그대로 사용했다.
섬유기계관 전시실에서는 실을 뽑고 짜는 초기의 도구부터 기계뿐만 아니라 방적기와 직기 기술의 발전 과정, 현대의 메커트로닉스 장치의 섬유기계까지 약 100대를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G형-자동직기'는 작업자 한 명이 여러 대의 직기를 동시에 돌릴 수 있으며 실 교체가 매우 간편하게 설계됐다. /사진=박찬규 기자
특히 토요다 사키치가 1924년에 발명한 'G형-자동직기'는 그 종합적 성능과 경제성에서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으며 각국의 섬유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발명왕'으로 불릴 만큼 다양한 발명품을 내놨고 전시된 수많은 방직기도 그의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시실에서 본 'G형-자동직기' 제1호기는 기계 기술면에서 역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기계유산'으로 등록됐다.
G형-자동직기는 기계를 멈추지 않고도 실 틀의 교환이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된 게 핵심이다. 작업자 한 사람이 여러 대 기계를 동시에 돌릴 수 있어 효율적이었다. 특히 오작동을 막는 일종의 '센서'를 설치함으로써 최종 제품인 '천'의 불량을 줄이는 데도 기여했다. 이처럼 방직기술이 발전하며 다양한 섬유제품이 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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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직기 특허 매각 자금으로 자동차 공장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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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관에서 히스토리를 살펴본 뒤 계단을 내려오면 개발 기술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자동차관에서는 토요타의 자동차 제작과 관련된 내용을 다양한 각도에서 소개한다. 자동차 공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전시실은 ▲자동차 사업 창업기 ▲시대를 내다본 차 개발 ▲개발기술 ▲생산기술 ▲토요다 키이치로 등 총 5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자동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토요다 사키치의 아들인 토요다 키이치로다. 방직기 관련 사업 등으로 해외 출장이 잦았던 그는 미국과 영국 등 자동차 선진국의 문화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영국의 플랫 브라더스에 G형-자동직기 특허권을 매각, 이 자금으로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판매한 트럭에 문제가 생겼을 때 키이치로가 직접 현장을 찾아 문제를 해결한 일화를 담은 조각 /사진=박찬규 기자
전시관에서는 키이치로의 '국산(일본산) 자동차 산업을 실현한다'는 꿈을 위한 동료들과의 결의, 자동차부서 설치, 생산 기술과 고객 중심 판매 체제의 구축, Just-in-Time(JIT) 철학을 기초로 한 양산 체제 준비, 경영 위기 극복 등 토요타자동차의 근간이 된 역사를 소개한다.
1936년 출시한 토요타 AA형 승용차, 1955년 생산된 초대 크라운 등 시대를 대표하는 9대의 자동차와 안전 기술, 연비 기술, 배기가스 감축 기술 등 토요타 자동차에 담긴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에는 최초의 자동차와 트럭 등을 비롯한 다양한 차종이 전시됐다. /사진=박찬규 기자
시대를 내다본 자동차 개발 파트에서는 1950년대부터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고객의 요구와 사회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토요타가 자동차 개발에 도전하며 계승해온 제품 제조(모노즈쿠리) 이념을 이어온 역사를 연대순으로 소개하고 있다.
개발 기술과 생산기술 코너에서는 창업기부터 이어져 온 개발 기술의 역사를 소개하며 각 시대를 대표하는 토요타자동차의 제품을 볼 수 있다.
토요타의 JIT(즉시생산방식)을 살필 수 있는 엔진과 섀시의 자동 조립 장치. 라인을 따라 앞으로 이동하며 위-아래 구조물이 결합하게 되는데 생산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현재는 여러 회사에서 보편화된 생산방식이다. /사진=박찬규 기자
원재료 개발부터 디자인과 설계, 시험, 평가 등 폭넓은 각도로 자동차 기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으며 대량생산이 시작된 최초의 공장과 코로모 공장 일부를 재현한 모습 및 주조, 단조, 가공 및 용접, 도장, 조립 등 생산 현장의 모습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전시를 둘러보면 다시 로비로 돌아오게 된다. 기념관 로비에는 기념관의 핵심 철학을 상징하는 원형직기가 전시돼 있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 로비에는 1924년 제작된 원형 직기가 전시돼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직조공정을 자동화하는데 성공한 토요다 사키치는 최소한의 공정으로 넓은 천 조작을 조용히 직조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그 결과 1906년 원형 직기를 발명하게 된다. 최적의 원운동으로 작동하는 이 기계는 직물직조 분야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으며 19개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1924년 제작된 원형직기가 그대로 전시됐으며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유일한 기계다.
오쿠가와 미치타카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기이치로는 사장이지만 항상 현장에 있었다"며 "함께한 직원들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 행복을 느끼지 않았을까"라고 말하며 투어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