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이라면 ‘부끄러워서’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할 대선 재도전의 의지를 이 대표가 불태우도록 한 동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필자의 단견으로는 윤 대통령과 사분오열로 갈라진 여당의 한심한 응집력이 으뜸이다. 20대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표를 준 1639만여 명의 유권자들이 윤 대통령이 마냥 좋아서 ‘엄지 척’으로 꼽은 것은 아니었다. 선거란 최선이 없다 해도 차선이라도 뽑아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득표율 48.56%와 이 대표의 득표율 47.83%가 역대 대선의 최소 표차(24만 7077표)였음이 그 증거다. 이 대표의 현란한 화술 선동에 끌렸건, 사법리스크가 가려져서 그랬건 그래도 차선의 두 사람 중 윤 대통령이 유권자들 마음을 더 얻은 것이 ‘문재인 정부 시즌 2’를 막았다.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외교, 안보, 국방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난정(亂政)을 일삼은 문 정부의 무능과 위선이 반사 효과를 안겼음은 물론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강골 이미지를 높이 산 일부 민심도 손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기 반환점을 돈 후 아직 2년여 시간을 더 남긴 지금, 윤 대통령은 거의 고립무원이다. 비상계엄 자폭으로 범국민적 밉상이 된 이상 6일 나올 여론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한 자리수로 급전직하할지 모른다. 윤 대통령의 승리에 환호했던 민심은 그를 뽑은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윤 대통령이 털어먹은 지지율은 이 대표가 횡재한 권력과 기고만장한 자신감의 밑천과 양분이 됐다. 윤 대통령이 죽을 쑬수록 이 대표는 법원을 무시하고, 검찰을 악마화 하고, 감사원마저 마비시킨 무도한 무리의 선봉에서 권력을 무소불위로 휘두르고 있다. 그 기세는 앞으로 더 등등해질 것이 틀림없다.
윤 대통령의 실정 배경으로 많은 여론 조사는 지금까지 경제·민생과 김건희 여사 문제, 그리고 소통 부재를 꼽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징계 수첩의 맨 윗자리는 계엄 자폭이 차지할 게 분명하다. 국회에서는 탄핵 열차가 출발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국민이 긍정적 변화를 느낄 한 방 대신 계엄 폭탄으로 분노와 허탈을 안긴 탓이다. 비호감에서 밉상 1호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하산 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곳곳에 널려있는 돌뿌리와 덫, 가시나무 덩굴이 발목을 잡아채며 온전한 귀가를 허락치 않을 것이다. 백척간두에 선 신세가 된 윤 정부이지만 그래도 더 이상의 실정을 반복하지 않도록 징비록을 써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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