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한 사면 따른 부적절성 논란·트럼프 비판 등 변수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대선 선거 운동 과정에서 정적(政敵)에 대한 보복을 사실상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취임을 앞두고 바이든 정부의 백악관이 트럼프 당선인의 타깃인 전·현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사면할지 여부에 논의하고 있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직 기소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하는 등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사면권을 활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이후에 있을 수 있는 수사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비판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 등은 변수다.
백악관의 사면 논의는 에드 시스겔 법률고문의 주도하고 있으며 제프 자이언츠 비서실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들도 논의에 참여했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합류하지 않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복 위협에 대한 위협감에서 촉발된 이 논의는 민주당 고위층의 불안 수준을 반영한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가까운 브랜던 보일 하원의원(민주·펜실베이니아)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포괄적 사면을 촉구했다.
그는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보복 공언과 관련, "이것은 가상적인 위협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트럼프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긴급히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잠재적인 백악관의 선제적 사면 논의 대상에는 하원의 1·6 의사당 폭동 특위 위원인 애덤 쉬프 하원의원 겸 상원의원 당선인(캘리포니아),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인사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를 지원한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 코로나19 관련 조치로 공화당의 비판을 받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른바 '내부의 적'을 대상으로 군 동원까지 시사하는 등 보복을 사실상 공언해왔다.
"취임 당일 하루는 독재"를 언급한 그는 "가끔은 복수가 정당화될 수 있다", "나는 그들(정적들)을 추적할 모든 권리를 가지게 될 것" 등과 같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도 반역죄로 체포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자신의 경쟁자였던 해리스 부통령이 국경 통제에 실패했다면서 탄핵 및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공개적 군사 재판을 요구했고, 2016년 자신과 대결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을 향해서도 '자신과 똑같이 당해야 한다'는 취지로 각각 발언했다.
그는 체니 전 의원을 향해서는 "감옥에 가야 한다", "그녀를 9개의 총열(barrel)이 그녀를 향해 사격하는 곳에 세워보자" 등과 같은 발언으로 위협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때 자신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던 쉬프 하원의원에 대해서도 반역죄를 거론하면서 기소해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다만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사 일부는 필요성을 부인하고 있다.
쉬프 의원은 "방어적이고 불필요하다"면서 "그렇게 하지 말 것을 대통령에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백악관이 아직 범죄 혐의가 없는 사람까지 모두 일괄해서 사면할 경우 부적절하다는 논란 속에서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점도 백악관의 사면 여부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은 연방 헌법에서 '대통령은 탄핵에 관련됐을 경우를 제외하고 미합중국에 대한 범죄에 형 집행을 유예하고 사면할 권리가 있다'면서 대통령의 사면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연방 범죄만을 대상으로 한 이 사면권은 기소되지 않은 인사를 대상으로도 행사될 수 있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자신의 전임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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