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정주호 기자] “우수한 인적자원과 발전전략으로 한국은 중진국 함정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고속성장의 부작용, 구조개혁 지연, 미흡한 사회통합이란 과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 마지막 숙제를 잘 푼다면 이제 중진국 함정이 아니라 선진국 함정마저 벗어난 전세계 유일무이한 국가가 될 겁니다”
이억원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5일 서울 논현동 엘리에나 호텔에서 인간개발연구원(회장 오종남)이 개최한 '제2091회 HDI 경영자연구회'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강연을 맡은 이 연구위원은 ‘한국경제의 좌표 설정: 진단과 모색’을 강연을 통해 한국과 세계 경제의 현 상황과 흐름을 진단하며 내년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공유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간 한국이 기술개발 등을 통해 중진국 함정을 돌파하며 쌓은 성과의 이면에 성장의 위기, 경제의 이중구조 위기, 사회통합의 위기가 있다고 요약한 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진보 가속화, 기후위기 현재화, 인구구조 변화, 탈(脫) 세계화가 변화의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경제 성장률 둔화에서 벗어나 성장경로 자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노동투입 △자본투입 △총요소생산성 세가지 요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 측면에서 인구감소에 맞서 여성·청년·고령층의 참여를 늘려 투입될 수 있는 경제활동 인구를 늘리고 미래인재 육성과 직업교육을 강화해 질적인 강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극적인 고용서비스를 지원해 ‘미스매치’를 최소화할 필요도 있다.
그는 또 자본 측면에서 디지털전환 및 그린전환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린경제 전환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규제완화의 발목을 잡는 이해갈등의 해결을 위해 사회적 보상체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도 해결책 중 하나로 언급됐다.
총요소생산성에서는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산업 생태계 조성과 인프라 구축에 지속적으로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또 한국의 사회적자본이 선진국 대비 저조한 점을 지적하며 ‘고요율 저비용 사회’를 목표로 사회적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중 사회안전망의 경우 외형상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왔으나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고 복지제도 간의 연계가 미흡한 점을 지적하며 실질적인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후유증으로 인한 고용 문제, 통화 정책의 피벗, 미국 대선 결과로 커진 불확실성과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진행된 결과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둔화되는 '스테디 앤 슬로우(Steady and Slow)'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스테디는 그럭저럭 선방을 했다는 긍정적 의미인데 반해 슬로우는 굉장히 낮은 수준의 저성장이 이어지는 부정적 의미”라고 부연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2.4%에서 2.2%로, 내년은 2.1%에서 1.9%로 모두 낮춘 바 있다. 실제 한국 경제는 수출동력의 약화와 내수회복의 부진으로 부진한 성장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출시장에서 강달러의 귀환, 미국 관세정책의 부활, 공격적 보호무역주의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그는 이에 따라 내년 상·하반기 경제를 상저(低)하고(高) 기조로 예상하면서 내수회복 속도와 수출둔화 정도에 따라 최악의 경우 상저하저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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