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회장 ‘3선 도전길’ 암초…IOC위원 연임 무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10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e-mail]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이 ‘3선 도전’길에 암초를 만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임기 연장이 무산된 것이다. 그동안 이 회장은 체육계 안팎의 거센 반대에도 ‘한국인 IOC 위원 지위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체육회장 3선 도전을 강행했다. 하지만 IOC 임기 연장이 무산되면서 이 회장의 3선 도전 명분도 힘을 잃게 됐다.

IOC 집행위원회는 5일(한국시간) 내년 3월 그리스에서 열리는 제144차 IOC 총회에 제출할 임기 연장 위원 명단을 확정해 5일 발표했다.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2019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회장 자격으로 IOC 위원이 된 이기흥 회장의 이름은 임기 연장 대상자 명단에서 빠졌다.

집행위원회는 2017년 선출 또는 재선돼 8년 임기가 만료되는 IOC 위원들에게 재선 자격을 부여했다. 1999년 12월 이전에 선출된 IOC 위원은 80세, 그 이후에 선출된 위원은 70세가 정년이다. 연령 제한에 걸린 IOC 고령 위원 중 일부에 대해 IOC가 예외적으로 임기를 4년 또는 8년 연장할 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이 회장은 임기 4년을 연장해 주는 예외 규정 신청을 노렸지만 결국 무산됐다.

임기 연장 후보는 리히텐슈타인의 노라 공주(1950년생), 세르미앙 응(싱가포르·1949년생),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스페인·1959년생) 등 10명이다. 개인 자격 위원이 8명이며, 종목별 국제연맹(IF) 대표 자격 위원이 2명이다.

이 회장의 IOC 위원 임기는 내년 12월 31일까지다. 1955년생은 이 회장이 내년 1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되더라도 IOC가 다음에 임기 연장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 12월 31일까지만 IOC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회장 선거에서 낙선하면 IOC 위원직도 상실한다. 

앞서 이 회장의 3선 도전을 승인한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평가 지표 중 ‘국제기구 임원 당선을 위한 노력과 계획 및 가능성’을 포함한 정성 평가 항목에서 이 회장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IOC 임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3선 도전 명분도 크게 약화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회장은 선택이다. 일각에선 현재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려는 이 회장이 출마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내세웠던 ‘한국인 IOC 위원이 줄어들면 그만큼 국제스포츠계에서 위상이 줄어든다’는 논리로 무리하게 3선 도전의 길을 달려왔지만, 이제 그 동력을 많이 잃었다”며 “최근 검찰과 경찰의 대한체육회 수사가 본격화돼 수사 결과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온다면 결국 낙마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대한체육회장 선거에는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양형모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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