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직접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히며 사의를 표명한 뒤 또 모순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김 장관은 사의 표명 이후인 지난 4일 밤 심정에 관한 질문에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이라는 문자로 답했다고 연합뉴스가 5일 보도했다.
김 장관의 문자 내용은 자신의 모교인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신조탑에 새겨진 사관생도 신조 중 '우리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는 세 번째 항의 일부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 장관의 문자 내용은 계엄이 정의의 길이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해당 문자를 매체에 보내기 전 국방부 대변인실을 통해 "본인의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라며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께 혼란을 드리고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매체는 "내란죄 논란과 대통령 탄핵 소추로까지 번진 계엄 사태가 험난할지언정 정의로운 선택이었다는 사고 방식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김 장관이 자신의 발언을 뒤집고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간 김 장관은 충암파가 국정을 좌우하고 군을 장악해 계엄을 일으키려 한다는 의혹 제기에 관해 "충암고 출신 장성은 4명뿐"이라며 일축했다.
김 장관은 지난 8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후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계엄 의혹 제기에 관해 단호히 반박하기도 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이 경호처장 재직 시절 공관에서 국군 방첩 사령관과 육군 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과 회동을 가진 것과 관련해 비상계엄 준비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장관은 "계엄 문제와 관련해서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냐"라며 "우리 군도 안 따를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3개월 후 그가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직접 건의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김 장관은 육사 38기로 1978년 입학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을 실행에 옮긴 인물들인 '육사 4인방' 중 가장 선배이기도 하다.
김 장관을 필두로 계엄사령관 직을 맡았던 박안수(대장) 육군참모총장이 46기, 계엄군 병력이 차출된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곽종근(중장) 사령관이 47기, 수도방위사령부의 이진우(중장) 사령관이 48기다.
실제 병력을 투입한 특전사 제1공수여단 이상현(준장) 여단장은 50기, 3공수여단 김정근(준장) 여단장은 52기, 707특임단 김현태(대령) 단장은 57기로, 이들 역시 육사 라인이다.
이들의 주도 아래 진행된 계엄 사태는 대통령실 다수 참모진과 고위 당국자들에게도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3성·4성 장군들조차 계엄 관련 사안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 군 서열 1위인 김명수 합참의장도 배제됐다.
김 장관은 출신 고교 충암고 인맥을 뜻하는 '충암파'로도 논란을 일으켜 왔다. 그는 충암고 7회 졸업생으로 윤 대통령의 1년 선배다. 계엄이 진행됐다면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을 여인형(중장) 방첩사령관은 김 장관의 충암고 10년 후배이며 육사 48기다.
특히 이날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장관은 계엄 선포 4시간 전인 지난 3일 오후 6시께 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대통령실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의 모든 말에 평소 "맞습니다"를 외쳐 온 것으로 알려진 충성파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일부 당국자에 경내 대기를 지시했다고 한다. 그는 2022년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을 맡아 대통령실 이전의 실무를 맡았으며 이후 초대 경호처장을 거쳐 국방부 장관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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