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필사의 반격 나섰지만…반군, 도시 3∼4㎞ 앞까지 진격
사망자 700명 넘어…유엔 "일주일간 난민 11만5천명 발생"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시리아 반군의 역습으로 재점화한 내전이 4일(현지시간) 중부 거점도시 하마를 둘러싼 치열한 교전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반군이 시리아 제4의 도시 하마의 관문까지 진격한 가운데 정부군도 이날 오전 고강도의 공습으로 반격에 나서며 외곽 지역에서 전투가 격화하고 있다.
이날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정부군의 반격에도 이날 반군은 하마를 세 방향에서 포위해 들어가면서 도시에서 3∼4㎞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국영 사나 통신은 하마에서 북동쪽으로 5㎞가량 떨어진 자발 자인 알아바딘 언덕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감시 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번 충돌이 전날 하마의 관문까지 진격한 반군에 맞서 정부군이 반격을 개시하며 벌어졌다고 전했다.
한때 정부군이 반군을 하마에서 북쪽으로 10㎞ 떨어진 지점까지 격퇴하고 점령지를 일부 탈환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반군 측 대변인은 정부군이 사기를 높이기 위해 퍼뜨린 거짓 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SOHR은 이날 정부군의 반격에도 불구하고 반군이 하마를 삼면에서 둘러싸 포위했으며 현재 도시에서 불과 3∼4㎞ 떨어진 지점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군이 하마에서 빠져나가 남쪽 거점 도시 홈스로 갈 수 있는 '출구'는 딱 한 방향만 남아있다고 전했다.
인구 100만이 넘는 시리아 제4의 도시인 하마를 둘러싸고 벌어진 전투에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배달 기사로 일하는 주민 와심(36)은 이날 AFP에 폭격 소리가 끊임없이 선명하게 들렸다면서 "정말로 두려웠다"고 호소했다.
시리아 북서부에 기반을 둔 이슬람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반군은 지난 주말 제2도시 북부 알레포를 기습 점령한 데 이어 거침없이 남쪽으로 진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HTS의 수장인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이날 알레포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알레포 성채를 방문한 사진을 공개하며 지지자들의 사기를 올렸다. 이날 HTS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사진에 따르면 알졸라니는 오픈카를 타고 13세기에 지어진 알레포 성채 유적을 찾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내전이 날로 격화하면서 지난 일주일 사이에만 700명 넘게 숨지는 등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SOHR은 지난달 27일 반군이 정부군에 대한 공세에 나선 이후 현재까지 사망자가 704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110명이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내전으로 갈 곳을 잃은 난민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최근 내전 격화 이후 시리아 이들리브와 알레포 지역에서 새로 발생한 난민만 11만5천명이 넘었다.
교전 지역을 취재하던 기자가 공습으로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독일 DPA 통신은 이날 자사 소속 사진기자 아나스 알카부티(32)가 하마 외곽 지역에서 벌어진 공습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DPA 통신에서 일하며 시리아 내전 등을 취재해 온 그는 2020년 분쟁 지역에서 활약한 언론인에게 주는 프랑스 바이외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시리아 제2의 도시인 알레포를 순식간에 반군에 내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군의 사기 저하와 극심한 경제난, 지지율 하락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AFP 통신은 아직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단단히 지키고 있고 러시아의 공중지원으로 반격에 나섰다면서도 시리아의 경제 중심 도시인 알레포를 뺏긴 것은 정권에 치명적이라고 전했다.
AFP는 반군의 역습은 기습적으로 이뤄졌지만 아사드 정권의 위기는 그 전부터 오래 이어져 왔다면서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군인들이 약탈을 일삼고 젊은 남성들이 징집을 피하는 등 정부군의 사기는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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