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베트남서 못알아듣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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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베트남서 못알아듣는 이유

비즈니스플러스 2024-12-05 08:48: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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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다큐멘터리 '마지막 농사꾼'의 한 장면 /사진=한국씨네마테크협의회
대만 다큐멘터리 '마지막 농사꾼'의 한 장면 /사진=한국씨네마테크협의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2015년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에서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한 유명한 대사다. 그러나 이 대사를 베트남에서 말하면 잘못 알아들을 수도 있다.

'가오'는 베트남어로 '쌀'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들에서 '쌀'을 어떻게 명명하는지 살펴보면, 몽골에서는 '차강부다'라고 하고 말레이시아에서는 '나시', 태국에서는 '카우'라고 한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잘 알려졌듯이 '고메'와 '미'라고 한다.

갑자기 '쌀'의 외국어 단어들을 거론하며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나날이 쌀보다는 밀가루를, 밥보다는 빵을 먹는 간편식 시대에 '쌀'을 먹는 행위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먼 훗날에는 '밥을 먹다'라는 표현조차 생소해질 가능성도 있다.

농협중앙회는 입추의 시작을 알리는 지난 8월 8일부터 '아침밥 먹기' 운동을 시작해 계열사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운동의 목적은 쌀 소비 촉진이다.

농협은 계열사 임직원 구내식당에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연 데 이어, 영업점 내점고객이나 중고등학생, 군인 등 전국민을 대상으로 해당 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천원의 아침밥'이라고 해서 최근 물가 상승으로 천정부지로 오른 밥값을 아껴주는 시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농협은행은 아침밥 먹기를 서약한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NH든든 밥심예금'을 출시해 알뜰한 살림꾼 고객잡기에 나섰다.

'밥을 먹는다'는 당연한 말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된 시대에 쌀 농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대만의 '마지막 농사꾼'(영어제목 2버전: The Last Rice Farmers‧Let It Be/중국어제목: 無米樂)이다. 

2004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대만 호우비 마을에서 쌀 농사를 짓는 세 농부의 일상을 다룬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쌀 수입이 시작되면서 쌀값이 폭락해, 농사로 얻는 수익이 변변치 않은데도 연로한 몸을 일으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삶을 담는다.

다큐멘터리에서 농부들은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기도하고 노래하고 일하며 주름 지어 웃는다. 

얼핏 보면 공중파 TV 프로그램의 농촌 다큐멘터리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이런 농부들의 농사짓는 일상을 담백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느리게 보여주는 영상이 나날이 사라진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107분짜리지만 일부를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한편 최근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인 고흐의 전시가 이곳저곳에서 열리고 있는데, 이들 전시도 고흐가 화가 일생 전반에 걸쳐 농부들의 모습을 꾸준히 남겨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씨뿌리는 사람'(1888) /사진=네이버지식백과
빈센트 반 고흐의 '씨뿌리는 사람'(1888) /사진=네이버지식백과

너무 바삐 지나가는 현대 사회에서 자연의 질서 속 계절을 기다리며 씨를 뿌리고 열매를 수확하는 농부의 인내와 지혜를 떠올리는 것은 표면적으로 모순적인 역설법적인 태도로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가까이 있으면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최신 대만 콘텐츠 중 역설법적 가사를 표현하고 있는 노래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대만 뮤지컬 영화인 '52헤르츠로 사랑해'(52Hz, I love you, 2017)의 수록곡인 '큰 세상, 작은 세상'(Big World, Small World)의 가사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되지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주요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알고보니 내 곁에는 사랑으로 가득찬 큰 세상이 있었지.
그리고 귀청이 터질 듯한 아름다움.
그건 내가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공감해본 적이 없다는 거야.
사랑이 가득한 작은 세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소리로 침묵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을 당신도 이해하게 될 거예요."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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