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관세폭탄' 언급…다른 목표 달성 위해 '관세의 무기화' 시사
국제사회 대응책 부심…美제품 수입확대 모색·취임 前 정상외교도
※편집자주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공화당)이 지난달 5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을 따돌리고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5일로 한 달이 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한 달간 충성심을 최우선시하는 속전속결식 인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고율관세 부과 방침 발표 등으로 미국 안팎을 '충격'에 빠트리며 집권 2기엔 미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더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지난 한 달간 드러난 트럼프 당선인의 인사와 정책을 분석하고,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다룬 기획기사를 마련해 송고합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1·5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전광석화 같은 내각 인선과 함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성명을 통해 집권 2기에 강화된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예고했다.
채 한달도 안돼 인선을 마친 각료 지명자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충성심이었다. 2017년 처음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는 각 분야 인맥이 일천했기에 외교.안보 등 분야에서는 일면식도 없던 베테랑 전문가들의 힘을 빌려야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각 분야에서 경력의 길고 짧음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자신에 대한 충성심과 정책 관련 유사한 입장이 검증된 인사들을 신속하게 지명했고, 그들을 '돌격대'로 내세워 취임 직후부터 경제와 안보는 물론 전 영역에서 미국우선주의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관세전쟁 예고…캐나다 향해 "감당 어려우면 美 51번째 주 되라" 웃지못할 농담도
가장 선명하게 예고된 부분은 '관세 전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 중국에 앞으로 부과될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얹어서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문제를 거론하며 "이 관세는 특히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외국인들의 미국 침략이 멈출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같은 달 30일에도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브릭스 국가들(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국가를 가리킴)이 달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미국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새로운 자체 통화든, 기존 통화든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내 제조업 기반을 복원하고, 자국 업계를 보호하는 한편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관세로 대표되는 보호주의 무역 기조를 표방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고돼왔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10∼20%의 보편관세와 중국에 대한 60% 이상의 관세율 적용을 거론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당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이 표방하는 기류는 관세를 단순히 경제적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불법이민자 및 마약류 단속 등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그동안 정치, 안보 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나라에 대해 관광객 송출 제한, 특정 품목 수입 또는 수출 중단 등으로 보복하는 이른바 '경제적 강압'을 해왔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다른 어젠다를 위해 관세 압박 카드를 빼들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미 수출의 의존도가 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의 관세 경고가 있은 지 나흘 뒤인 지난달 29일 '버선발'로 플로리다의 트럼프 자택 마러라고로 '날아가' 3시간여 만찬을 겸한 협의를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뤼도 총리가 마약류 단속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사후에 밝혔는데, 논의 과정에서 '관세 부과가 두려우면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식의 발언도 했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대중이 반길 불법 이민자·마약 단속 조기성과로 정권 어젠다 추진 동력 확보 시도할 듯
동시에 트럼프 당선인은 불법 이민자 유입과, 그와 연결된 마약 밀수 단속 등 미국민의 일상에 위험 요인이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초강경 기조로 나갈 것이라는 점도 보여줬다.
그는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에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도 지난달 18일 트루스소셜 댓글을 통해 밝혔다.
정부 구조 개혁 및 공직 사회 인적 청산 등 자신의 각종 논쟁적 어젠다 추진을 위해 필요한 국민적 지지를 정권 초반 국민들 생활과 관련된 현안에서의 과감한 행보로 획득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동요 속 대응 모색 분주한 국제사회…'동병상련' 나라끼리 서로 신경전도
국제사회는 동요하고 있다. 트럼프라는 공동의 '난제' 앞에서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한편, 분열 양상도 감지된다.
트럼프 당선인과 트뤼도 총리의 만찬장에 배석한 커스틴 힐먼 주미 캐나다 대사는 언론에 "트뤼도 총리는 마약과 이주민의 미국 유입에 대해 캐나다를 멕시코와 묶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에 자극받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겨냥해 "멕시코를 (캐나다 총선의) 선거운동 일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들은 미국산 제품을 더 구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방안을 트럼프 당선인에게 제안한 사실을 공개했다.
EU집행위는 또 미국산 농산물과 LNG, 무기 구매를 늘리는 방안 등과 군수품 조달에 미국 기업 참여를 허용하고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도 더 긴밀히 협력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나 설득하기 위해 자택을 방문(트뤼도 캐나다총리)하거나, 이벤트(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를 계기 삼아 트럼프 당선인을 초청(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하는 등 취임 전 단계에서부터 직접 외교에 나선 정상들도 있다.
◇'힘을 통한 평화', 고강도 중국 견제 기조 예고…대북 접근 관심도 내비쳐
선거운동 과정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해온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필요시 무력행사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글을 SNS에 남겼다.
트럼프 당선인은 2일 트루스소셜 글에서 "2025년 1월 20일 이전까지 인질들이 석방되지 않는다면 중동 지역과 인류에 반(反)하는 만행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지옥 같은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대가에 대해 "책임자들은 오랜 미국의 역사상 어떤 사람보다 더 세게 타격(hit)을 받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뒤 "인질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썼다.
물론 트럼프 당선인이 일부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를 포함한 이스라엘인을 억류하고 있는 하마스에 무력을 쓰겠다고 분명히 밝히진 않았지만 비국가조직인 하마스에게 타격이 될만한 경제적 제재 수단은 이미 충분히 가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선거운동 당시만 해도 해외 무력충돌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이고 이는 신고립주의로의 전환을 의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하마스에 대한 이번 경고는 필수적이라고 판단할 때는 일회성 또는 단기적 무력행사를 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할 수 있다.
인선을 통해서도 트럼프 당선인은 대중국 강경 기조를 예고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등 외교안보 '투 톱'은 그간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대표적 대중국 강경파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가하면 트럼프 1기 때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를 맡아 북미정상외교에 실무적으로 깊이 관여한 알렉스 웡을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발탁함으로써 북미정상외교에 여전히 관심이 있음을 시사했다.
또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현재의 전쟁상황을 인정하는 하에서의 조기종전 방안을 지지해온 키스 켈로그를 지명함으로써 조기 종전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기기 어려운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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