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약 2시간 40분 만인 이날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는 야당 의원 172명과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찬성표를 던진 가운데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친한계 의원들이 이날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고 야당 의원들과 공조한 것을 볼 때 향후 '윤 대통령 탄핵안'과 '김건희특검법 재표결'도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야 6당 전체 192석에 18석이 모두 더해지면 최대 210석으로 탄핵 가결을 위한 의석(200석)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민주당 등 야 6당은 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이르면 오는 6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통과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계엄 사태 후속 대책으로 '내각총사퇴·국방장관 해임·대통령 탈당 요구'를 제시하면서 탄핵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친한계 인사들도 '이번 계엄 사태는 탄핵 사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동훈, 계엄 선포 직후 "불법, 잘못된 것".. 친한계에 '시그널'
계엄해제 '찬성' 국힘 의원 18명 중 16명은 친한계.. 친윤계는 모두 불참
지난 밤 10시 20분경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국회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계엄해제를 위해서는 150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한 본회의가 열려야 했기에 야당 의원들은 서둘러 국회로 모여들었다.
국회 정문에서 경비대가 의원들의 출입까지 통제하자 일부 의원들은 담을 넘어 경내로 진입하기도 했다.
계엄 선포 후 약 1시간이 지난 자정이 되자 계엄군들이 국회에 발을 딛기 시작했다.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여 의원들을 체포·구금하거나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의원 보좌진들이 결사항전을 하며 계엄군의 진입을 막는 사이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정족수가 충족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재석 190, 찬성 190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지 약 155분 만이었다.
이날 본회의에는 야당 의원 172명과 여당 의원 18명이 참석했다. 결과적으로는 정족수(150명)를 감안하면 야당 의원들 만으로 통과가 가능했지만 당시에는 한명이라도 빨리 본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던 만큼 국민의힘 의원들의 동참이 계엄 해제에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표결에 참여해 찬성 표를 던진 여당 의원은 조경태·김성원·신성범·장동혁·박정하·서범수·김형동·김상욱·우재준·김용태·박정훈·정성국·곽규택·김재섭·정연욱·주진우·한지아 의원 등으로 이들 중 중립 성향의 김재섭, 김용태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친한계로 분류된다.
친한계 최다선(조경태), 사무총장(서범석), 당 대표 비서실장(박정하), 당 수석대변인(곽규택·한지아), 친한계 좌장(장동혁) 등 친한계 실세는 모두 본회의에 참석한 것이다.
한동훈 대표가 계엄 선포 직후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는 명확한 입장을 낸 것이 친한계 의원들에게 '시그널'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상욱 의원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동훈 당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으로 왔으면 좋겠다'는 문자를 계속 보냈다"면서 "당론이고 뭐고 모르고 그냥 국회로 바로 뛰어갔다. 왜냐하면 지금 국회에서 막지 못하면 국민들이 피를 흘릴 수도 있다는 생각, 죽어도 제가 죽겠다는 생각 때문에 앞뒤 보지 않고 국회로 뛰어 들어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부분 여의도 중앙당사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는 추 원내대표의 지시 때문이었다. 추 원내대표는 본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국회 진입이 되지 않아 당사에 모여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추 원내대표는 본회의 당시 본청 안에 있었지만 표결에 불참했다.
이재명 "한동훈 대표와 탄핵 얘기 나눠" 이준석 "국힘 6명은 탄핵 찬성"
친한계 신지호·김종혁 등 "尹 계엄 선포, 탄핵 사유" 한목소리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한 친윤계와 친한계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향후 친한계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장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6당이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이르면 오는 6일 탄핵안 표결이 진행된다.
전체 야당 의석수(192석)만으로는 탄핵안 가결이 어렵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8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그간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표결 결과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역풍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새벽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친한계 의원 18명이 야당과 뜻을 같이 한 만큼 대통령 탄핵안도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일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번 계엄 선포를 굉장히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것으로 선언했다"며 "이탈표 8표만 필요한 상황에서 이 정도는 충분히 넘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주당은 한동훈 대표와 탄핵안 통과를 위한 소통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와 (탄핵안에 대해) 소통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아까 본회의장에서 얘기는 조금 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한 의원 역시 "한 대표와 탄핵안 발의와 관련해 소통 중"이라고 재확인했다.
친한계 의원들 가운데 이미 6명은 '탄핵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 소추안을 제출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이준석 의원이 여당 소속 의원들에게 탄핵 찬성 의사를 개별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며 "이준석 의원 얘기에 의하면 여당 의원 최소 6명 이상의 탄핵 찬성 의사를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지금은 달라졌을 수 있겠지만 저희 개혁신당이 나름 여당 의원들과 인연이 있는 만큼 개별적인 설득 작업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는 "국민의힘이 해산을 당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내란죄의 공범이나 부역자가 되지 않으려면 윤석열이라는 정신 나간 인물과 하루라도 빠르게 단절하고 출당시켜야 한다"며 "다른 정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탄핵 절차에 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 가운데 안철수 의원이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친한계 인사들도 이번 계엄 선포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상욱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탄핵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적 의견이지만 정상적인 대통령직 수행이 불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에 출연해 '당내에서 윤 대통령 탄핵 관련 이탈표가 나올 수 있나'라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하며 "어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서 "당장 야당과 언론에서 하야 얘기가 나올 것이고 탄핵 얘기는 당연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계엄 후속 대책 '내각총사퇴·국방장관 해임·대통령 탈당' 요구
친윤계, 탈당 요구 거부 "대통령 오죽했으면" "대통령과 함께 가야"
국민의힘은 4일 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의 후속 논의를 했다.
앞서 한동훈 대표는 △내각 총사퇴 △국방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 요구 등 3가지를 계엄 사태의 후속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대통령 탈당은 탄핵을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대통령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친윤계 의원들이 대통령 탈당에 거세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표는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굉장히 많은 의원의 난상토론이 있었는데 첫 번째, 두 번째 제안에 대해선 대체로 뜻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세 번째 제안(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어서 계속 의견을 들어보기로 잠정 결론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 친윤계는 "김건희 여사랑 대화한 적 있는데 대통령이 고독해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고독할 때 지도부는 뭐했고 우리가 말벗이라도 해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그랬겠는가? 국민을 본다고 하지만, 지지층을 봐야 한다. 나약하게 물러서면 어떻게 이기겠나? 정치는 프레임이다" "탈당하면 대통령과 당이 헤어지게 된다. 그러면 레임덕이 빠르게 오고, 사태 수습이 더 어렵게 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친윤계들의 반응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과거 대통령 탄핵 후 몰락한 '친박계의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박 세력은 '박근혜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국정농단 부역자'로 지목됐고,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계 좌장들은 당원권이 정지되고 2선으로 물러났다. '호위무사'로 불리던 이정현 당시 대표는 떠밀리듯 사퇴하고 당을 떠난 바 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