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저지로 선포된지 6시간 만에 해제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헌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채 효력이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 허술한 계엄 선포 과정이 도마에 올랐다.
계엄령 선포에 필요한 상황적 요건, 선포에 필요한 절차와 후속 조치 모두에 하자가 있었지만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계엄군이 국회에 난입했기 때문인데, 1979년 10·26사태 이후 이어진 계엄법 개정과 국민의 행정부 견제 권한 확대가 재발 방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24분께 긴급담화를 열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함”이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헌법 제77조와 계엄법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해 경찰력으로 치안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계엄을 선포할 수 있고, 이 경우 국회에 지체 없이 통고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날 대한민국은 ▲전시, 대통령 유고 등 사변, 대규모 소요가 일지 않았으며 ▲윤 대통령은 모든 국무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국무회의를 열어 비상계엄을 심의하지 않았고 ▲계엄령 선포 강행 이후에도 국회에 통고하지 않았다.
헌법과 계엄법을 모두 위배하며 대통령 독단으로 강행한 불법 비상계엄에 계엄사가 꾸려지고 계엄군의 국회 진입이 자행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주요인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 등의 헌법 수호 의식 부재, 후진적 계엄법과 국민의 행정부 견제 권한 부족을 꼽았다.
별도의 견제 장치 없는 ‘국무회의 심의’ 규정만으로는 대통령 독선이 계엄령을 초래하는 상황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 ‘정부 계엄 준비론’을 주장하며 계엄 선포 시 국회 사전·사후 동의를 얻게 하는 내용이 담긴 ‘서울의 봄 4법’ 발의 추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선전포고, 작전 등 군사 활동 시 국회 비준을 요구하는 헌법 60조 적용 범위를 계엄령까지 확대하는 것도 재발 방지책”이라며 “또 군사정권 시절 삭제돼 지금은 지자체장, 지방의원에 국한된 주민소환제를 다시 대통령 등 행정 수반까지 넓혀 국민의 정부 감시·견제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노희범 전 헌법연구관은 “헌법이 대통령, 국무위원에 계엄령 선포 권한을 부여한 만큼 이들의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면 사태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독선을 내각, 군 등이 이를 저지하려면 행정부 전반에 국민·헌법 수호 의지가 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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