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기습 비상계엄령 선포가 해제된 뒤 여야는 "위법이고 위헌"이라고 입을 모으며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에선 "사유가 명백해졌다"며 탄핵 추진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탄핵 위기에 마주하게 됐다.
민주당은 4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계엄상황실'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비상계엄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제됐지만, 언제든 비상계엄이 또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민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안규백 의원이 실장을 맡고, 박선원 의원이 간사, 김병주·부승찬·이상식·한민수 의원으로 구성된다"면서 "전날 비상계엄에 대한 헌법 위반과 불법 여부를 파악하고 추적하며, 앞으로 혹시 있을 비상계엄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야6당 의원 191명 전원이 참여했다. 민주당 등은 5일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도록 한 뒤 6∼7일 표결할 예정이다.
야6당은 윤 대통령이 곧 스스로 물러나는 하야를 선언하지 않으면 이번 주 중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처리해 직무를 정지시키겠다고 압박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은 우리 헌법에서 규정한 내란의 우두머리"라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수사기관은 윤석열을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민석 최고위원도 전날 계엄군이 국회에 떨어뜨린 수갑을 들어 보이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야당의 지도자, 여당의 지도자까지 묶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혁신당과 개혁신당은 이날 윤 대통령 등을 내란죄로 각각 국가수사본부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도 이들을 내란죄로 고발할 것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3일 밤부터 철야에 돌입하며 정국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와 비상의원총회에서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 요구 등을 제안했다.
한동훈 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난상토론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제안은 뜻이 모아졌다"면서도 "세 번째 제안은 여러 의견이 있어 계속 듣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당·정·대는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다.
한편 박정희 정권 이후 초유의 계엄 사태에 위기의식을 느낀 여당 일각에서 처음으로 대통령 퇴진 요구가 나왔다. 다만 지난 2017년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을 경우 정권 재창출이 사실상 불가한 상황이다. 당 지도부는 이 같은 이유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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