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고 기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하면 유난히 많은 곳에서 필요로 하는 약이 있다. 바로 항생제다. 항생제는 생체조직 내에서 특정 세균의 증식이나 생존 활동을 중점적으로 방해하는 약물의 총칭으로, 세균 감염으로 인한 질환과 사망을 막아준다. 하지만 이런 항생제도 오남용하면 오히려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건강 전문 매체 헬스조선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항생제 청구량은 352만건으로, 월별 항생제 청구량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를 잘못 복용하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세균 질환을 치료하는 약이기 때문에 장 속 세균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항생제 설사의 주범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이라는 균이다. 이 균은 장에 사는 상주균 중 하나로, 다른 균들보다 수가 적어 평소에는 큰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
그러나 항생제를 사용하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의 번식을 억제하는 유익균 수가 줄어들고,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은 번식하기 시작한다. 이 균은 독소를 배출해 장점막을 손상하고 염증을 일으켜 설사를 유발한다.
이런 일은 면역 기능이 약한 고령 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로 생긴 설사는 환자 사망률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설사는 항생제를 사용한 후 주로 1~2일 후에 나타나고, 항생제 복용을 끝마친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국제 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3개월간 클로스트리늄 감염 디피실 환자를 관찰한 결과, 사망한 환자의 40%가 클로스트리늄 디피실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항생제로 인해 설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담당 의료진에게 연락해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항생제를 꼭 복용해야 하는 경우, 다른 항생제로 바꿔 복용할 수 있다. 항생제 처방 시 장내 균총을 정상화시키는 약제를 함께 처방받거나, 항생제를 먹고 두 시간 후 유산균을 먹는 것도 방법이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 문제도 심각하다. 내성이 생기면 면역 저하자나 중증 감염 환자가 치료를 받을 때 약이 듣지 않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에는 효과가 없다.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28.1%만이 이를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70%가량의 사람은 항생제가 감기 등 바이러스 감염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다만 항생제가 꼭 필요한 경우는 있다. 어린아이가 귀가 아프고 열이 나면 중이염을 의심하고 항생제를 써야 한다. 세균으로 인한 염증이 부비동에 퍼져서 생기는 부비동염, 기관지나 폐에 생기는 기관지염, 폐렴에서도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부비동염은 감기보다 증상이 심하며, 심한 기침과 코막힘, 후비루, 안면 통증, 후각 저하, 악취, 비강의 농성 분비물, 기침 등이 나타난다.
기관지염과 폐렴은 심한 기침, 가슴 부위 압박감, 가래, 38도 이상의 고열이 초래된다.
항생제를 한 번 먹기 시작했다면 중간에 끊으면 안 된다. 처방받은 약은 전부 먹어야 한다. 항생제를 충분한 기간 사용해 균을 완전히 죽이지 않으면, 유전적 변화가 일어나 내성이 생긴 세균이 생길 수 있다.
내성이 생긴 세균은 항생제의 표적 부위를 변화시켜, 항생제를 먹어도 결합이 감소해 효과가 떨어진다. 항생제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외막 통로의 수와 구조도 변화시킨다. 항생제 작용을 방해하고 파괴하는 효소까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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