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탈레반에 의해 상급학교 진학을 금지당한 여학생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교육시설인 보건학원마저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 보건부는 최근 수도 카불에서 학원 대표 수십명을 불러 회의를 열고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탈레반 최고지도자의 칙명이라며 별도 통보가 있을 때까지 학원 문을 닫으라고 구두로 지시했다.
한 보건부 관계자는 전날 AFP에 "학원 대표들은 칙명을 내린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건부는 칙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다.
이에 따라 탈레반이 미군 철수로 재집권한 2021년 8월 이후 중학교 이상 진학이 금지된 여학생들은 그동안 다녀온 보건학원도 더는 다닐 수 없게 됐다.
학원은 진학이 막힌 여학생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교육시설인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적용한다면서 여성 교육을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공개적인 활동 등도 금지했다.
아프간에는 현재 2년 과정인 보건학원이 공립 10여곳, 사립 150여곳 있고 이들 학원에서 간호와 조산 등을 수강하는 전체 여학생 수는 3만5천여명에 달한다.
카불에 있는 한 학원 강사인 아이샤(가명)는 "이것(이번 칙명)은 큰 충격"이라며 "학원은 대학에 갈 수 없게 된 여학생들에게 그동안 희망의 유일한 원천이었다"고 말했다.
학원 측은 학기말 고사를 치를 수 있는 기간 10일이 주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조치로 아프간 여성 보건인력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간에선 지난해 기준으로 조산원 1만8천명이 추가로 필요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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