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누구에게나 자신과 자신의 연기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6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 배우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작한 서울독립영화제(Seoul Independent Film Festival, SIFF)의 대표 프로그램 ‘배우 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이 어느덧 제7회를 맞이했다. 조윤희&권해효 배우가 이끄는 이 프로젝트엔 지난 6년간 1만8백69명의 배우가 참여했고, 올해는 역대 최대인 4천8백59명이 자신만의 연기를 보내왔다.
서울독립영화제 50주년을 기념하며 마리끌레르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린 이후 영화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확장해가는 5명의 배우 노재원, 오경화, 옥자연, 윤가이, 홍의준을 다시 배우 프로젝트의 이야기 안으로 초대했다. 이들의 연기에 가장 먼저 눈과 귀를 기울인 기획자이자 심사위원, 그리고 응원단인 조윤희, 권해효 배우와 함께.
오경화
나의 첫 서울독립영화제는 언제였나요?
2018년이요. 배우 프로젝트로 처음 서독제에 참여했어요.
배우 프로젝트 첫 회에 지원해 본선에 올랐고, 2등으로 뽑혔어요. 당시 어떤 마음으로 참여했나요?
제가 좀… 소처럼 그냥 들이받는 사람이거든요. 태몽도 소 꿈이었다는데, 아무튼 들이받아요. 어떤 오디션이든 그냥 내 에너지로 가겠다는 식이라 배우 프로젝트를 알게 됐을 때도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어요. 되든 안 되든 상관없고 일단 가보자 하고 도전했는데, 다행히 본선에 올랐죠.
본선 무대를 떠올리면 어떤 기억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나요?
끝나고 뒤풀이 자리가 있었는데 기운이 없어 못 가고, 집에 가서 바로 쓰러질 정도로 긴장감이 심했어요. 차례를 기다리면서 벽을 잡고 있었을 정도였죠. 영화관 제일 뒤에 앉아있다가 몇 명씩 복도로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그게 미치겠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순번이 뒤쪽이라 다른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를 보고 나서 나가야 했는데요. 저로서 단단히 있고 싶은데 그게 안 될까 봐 엄청 떨었어요.
그 떨림을 극복하고 수상까지 했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상을 받을 때도 정신은 의자에 있고 부르니까 내 몸이 알아서 단상으로 올라가는 느낌이었달까요.(웃음) 끝나고 집에 가서 4시간 정도 누워 있으니까 그제야 기쁨이 몰려오더라고요. 나로서 해냈구나 싶었고요.
그때의 경험을 통해 얻은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오경화 배우에게 서독제, 그리고 배우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는 괄호 열고 괄호 닫고, ‘하면 된다’는 걸 알게 해준 곳이에요. 그 괄호 안에는 ‘내 마음이 어떻든, 상황이 어떻든’ 이런 말이 들어갈 수 있을 테고요. 어쨌든 일단 열심히 하면 된다는 걸 심사위원 자리에 있던 선배님들이 알게 해주셨어요.
배우 프로젝트 이후 말 그대로 정말 하면 되는 배우로 살아가고 있어요. 계속 영화 안에서 살게 하는 동력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그걸 스스로에게 매일 묻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자주 바뀌거나 더해지죠. 처음에는 간접적인 형태로 누군가에게 어떤 감정을 전할 수 있어 좋았어요. 연기하는 내가 행복하면 보는 이들도 행복할 수 있는, 영화가 그런 매개체가 되어주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그 마음에 소통이라는 동력이 더해졌어요. 저는 좋은 작품을 보면 그 안에서 이야기든, 미술이든, 조명이든, 편집이든 엄청난 영감을 얻는데, 그게 곧 소통이 아닌가 해요. 꼭 말을 주고받지 않더라도 창작자의 무언가를 접하고 제가 어떤 감흥을 얻거나, 어떤 본질을 파헤치거나, 그로 인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 자체가 소통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그게 지금의 제게 아주 좋은 동력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오경화 배우의 영화 세계 안에 존재하길 바라는 것 역시 소통이겠죠?
맞아요. 제가 바라는 세상은 편협하지 않은 세상이에요. 각자의 울타리 밖으로 나와도 다치지 않는다, 더 열린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자는 얘기를 하고 싶고요. 그래서 더 소통하고 싶고, 좋은 영화를 더 많이 만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50번째 생일을 맞은 서독제에 축하의 인사를 보내주세요.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계속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친구들이 아직 많고, 변해야 하는 상황이 아직 많으니 굳건히 존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그렇듯 타협하지 않고, 동시에 더 넓은 포용력을 지닌 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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