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나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정치적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환율 변동성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환율의 경우 계엄선포 이전에도 미국의 강달러 여파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환율 변동성 확대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5.2원 오른 1418.1원에 거래를 시작해 오전 11시 28분 기준 1414.8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1444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3.87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 오전 비상계엄 관련 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내은행의 외화조달도 순조롭게 차환되는 등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향후 한국 정국 불안이 확대됨에 따라 환율 변동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대외 무역, 자본이동, 수출에서부터 물가 안정에까지 국내 경제에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특히 원·달러 환율의 안정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정치적 안정성은 외국인에게 있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더욱이 이번 계엄사태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진 데 따른 환율 변동이 향후 물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수입 물가의 오르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시장 전체의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비상계엄 선포가 나오기 전인 지난 3일 오전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위로 올라간 영향으로 12월 이후 물가가 다시 반등해 2%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물가상승률은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으로 1%대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 역시 이번 계엄사태 이후인 4일 오전 보고서를 통해 계엄사태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개입 등의 영향으로 변동성의 확대는 단기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엄사태 이후 보고서를 내고 "단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비상 계엄령 선포 이슈가 빠르게 해소되었다는 점에서 밤사이 한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불가피하다"면서 "단기 변동성 확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 높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 27분경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0원까지 급등했다. 한국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MSCI 코리아(EWY)도 장 중 -7.1%까지 급락했다.
이후 국회는 오전 1시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저지하기 위해 본회의 열고 비상계엄령에 대한 해제 요구안을 재석 190인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오전 4시 20분을 기해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국회의 저지로 비상계엄이 신속하게 해제되면서 NDF 시장서 원·달러 환율은 1414.0원에 장을 마감했으며, EWY 역시 하락폭을 줄이면서 -1.59%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6시간 만에 계엄 사태가 종료되기는 했지만, EWY, 환율 등 금융시장의 가격 레벨이 전일 장 마감 당시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점 자체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며 "한국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이므로 향후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