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미용·의료기기 업체 인수로 외형 확장에 나선 동화약품에 제동이 걸렸다.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철회하면서 한 발 물러서게 된 것인데, 피인수 기업이었던 미용·의료기기 업체 하이로닉이 동화약품 계약 철회에 반발하면서 향후 법적 분쟁이 예고되고 있다.
동화약품은 최근 몇년 사이 인수합병을 통한 대규모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 베트남 약국체인 ‘중선파마’의 지분 51%를 391억원에 인수해 동남아 제약 및 뷰티 시장으로 본격 진출했다. 회사 간판 제품인 활명수, 판콜, 잇치 등 일반의약품의 베트남 시장 진입도 노렸다.
지난 2020년에는 의료기기업체 메디쎄이를 221억원에 인수, 의료기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메디쎄이는 척추 임플란트를 제조하는 업체로 지난해 2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격적 투자로 외형 확대에 힘주고 있는 동화약품이 난관을 만났다. 가장 최근에 인수 발표했던 하이로닉의 계약을 철회하면서다.
앞서 동화약품은 지난 9월 미용·의료기기 업체 하이로닉의 주식을 양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로닉 최대주주인 이진우 대표와 특수관계인 이은숙 등이 보유한 주식 838만3277주를 비롯해 신주 558만8154주를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하이로닉 지분 57.80%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총 계약 규모는 1607억원으로 이달 13일 양수될 예정이었다.
하이로닉은 HIFU(고강도 집속 초음파), RF(고주파) 기반의 피부미용 의료기기를 개발, 제조 및 판매하는 기업이다. 동화약품은 인수를 통해 미용 의료기기 시장 진출을 통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목적이었다.
실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동화약품은 지난달 25일 공시를 통해 “매도인의 진술 및 보장 준수여부에 대한 이견이 존재함을 확인했다”면서 “매도인과의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신주인수계약도 철회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에 인지한 내용과 실사 내용에 차이가 있었던 듯 싶다”고 말했다.
동화약품은 현 외형 확장 기조는 그대로 간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용·의료기기 뿐만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사업 다각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동화약품이 지급한 계약금이 반환되지 않아 발목이 잡힌 상황이라는 점이다. 동화약품은 지난 9월 주식매매 계약 체결 당시 하이로닉에 계약금 120억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하이로닉 측이 동화약품의 계약 철회에 반발하며 계약금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더군다나 하이로닉이 신주 유상증자를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번 계약에 철회 의사가 없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만큼 양측의 법적 분쟁이 예고된다.
일각에서는 동화약품의 투자가 허술한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왜 실사가 먼저 진행되지 않고, 계약이 선 체결 됐는지 의문”이라며 “너무 확신을 갖고 투자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로닉은 이달 안으로 IR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내년 회사 발전 방향을 비롯해 양사간 소송의 중요성 등의 내용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계약 철회 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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