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환율에 수출기업 '속앓이'

요동치는 환율에 수출기업 '속앓이'

뉴스웨이 2024-12-04 13:02:25 신고

3줄요약
국내 정치 불안과 맞물리며 원·달러 환율이 하룻밤 새 롤러코스터를 타자 국내 기업들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심야 비상계엄령 선포와 철회에 수출기업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장 이번 사태로 환율과 증시가 크게 출렁이면서 국내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출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 '호재'와 수익성 악화 '악재'라는 안갯속에 빠졌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전날(3일) 오후 10시30분께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4일 오전 12시17분께 1,446.5원으로 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진이 남아있던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8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계엄 해제 이후 환율은 장 시작과 동시에 1406원대로 떨어졌지만, 다시 반등해 141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대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민혁 국민은행 연구원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통과와 해제에도 우리나라의 정치 불안이 고조됐다는 점에서 원화 약세를 불가피하다"면서 "비상계엄으로 위험 회피가 고조되면서 환율 변동성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롤러코스터 타는 원·달러 환율···중후장대 '직격탄'


국내 정치 불안과 맞물리며 원·달러 환율이 하룻밤 새 롤러코스터를 타자 국내 기업들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과 정유·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계는 비상이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이날 오전 7시 반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특히 환율 등 재무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줄 것"을 주문할 정도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대표 전방 산업인 철강업계는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상 철강사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데다가 대부분 달러 결제하기 때문에 고환율 기조에 취약하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수입 비용이 올라 생산 비용도 증가하는 구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료 수입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철강 기업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 없어 계속 상황 예의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업황 부진이 장기화된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호재와 악재가 혼재돼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환율 상승은 수출 비중이 큰 석유화학업체의 수익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원자재 수입 비용 상승은 부담이다.

원유 전량을 달러로 수입하는 정유업계도 향후 환율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입을 할 때 가격이 달러로 계산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반면 수출할 때는 높은 환율로 이득을 볼 수 있다"며 "원유부터 정제마진, 수출까지 전 과정의 텀이 길기 때문에 환율에 대한 영향은 장기적으로 바라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도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철강 기업들에 대한) 환율 효과는 수출 제품 가격이 내려가고, 수입 제품이 비싸지는 영향 이외에는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환율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해운·항공업계 '희비교차'


국내 수출기업의 운송을 책임질 항공·해운업계에서는 고환율에 따른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하는 분위기다.

항공사들에게 고환율은 직격탄이다. 항공기 리스비, 유류비 등 대부분의 고정비를 달러로 지출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다.

올해 3분기 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를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400원대의 고환율은 항공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의 경우 달러 가치가 10원 오르면 약 280억원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해운업계는 실질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사들은 대금을 달러로 받고 원화로 바꾸는 순간 환차손익이 발생한다. 다만 주고받는 모든 거래가 달러로 적용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는 대금을 받는 것은 물론, 결제와 급여 지급도 전부 달러로 처리한다"며 "장부상으로는 연 단위로 끊었을 때 매출이 늘어나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업계에 미치는 큰 변동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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