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독립영화의 오늘을 알려온 서울독립영화제가 50주년을 맞이했다. 그 기나긴 여정을 돌아보며, 서울독립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1백 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그중 장편 10편, 단편 10편을 만든 스무 명의 감독에게 서울독립영화제의 인연과 추억을 물었다. 50년의 시간을 생생히 목격하고 함께해온 20인의 목소리. 그 안에는 독립영화에 대한 사랑과 서울독립영화제를 향한 응원이 분명히 담겨 있다.
윤단비 감독 <남매의 여름밤>
서독제와의 인연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서독제에서 <남매의 여름밤>을 상영했다. 더 많은 지인이 참석해 친밀한 느낌이 들었고, 코로나19 이전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극장 로비까지 가득했다. 날씨가 다소 쌀쌀했는데도 극장 앞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화 속에 긴장감과 활력이 공존했다. 어묵 국물을 나눠 먹는 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기억에 남는 순간 압구정 CGV 앞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면서 상영을 기다리던 순간들. 기대와 설렘을 품은 채 예매에 실패한 영화들을 다시 기웃거리거나, 작품과 관련한 정보를 살펴보던 그 시간들이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나에게 서독제란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을 때, 서독제에서 내 작품을 선정하고 상영한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 서독제 덕분에 좋은 어른들을 만나 영화에 대한 고민이나 유약한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항상 곁에 있어 누리기만 한 것 같은, 그늘을 내어주는 느티나무 같은 영화제다.
5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서독제는 그해에 다른 영화제에서 상영한 작품을 총결산하는 장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영화까지 발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도해왔고, 창작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이러한 서독제의 노력이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왔고, 또 만들어내고 있다. 서독제의 예산 삭감 소식을 떠올리면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창작자도, 관객도, 정부도 더욱 세심한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나 또한 이에 걸맞은 영화를 만들도록 분투하겠다. 서독제의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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