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불과 석 달전만 해도 야당이 제기한 계엄 발동 가능성에 대해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냐며,명령을 받은 군인들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지난 9월 2일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제기한 계엄 발동 가능성에 대해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나. 우리 군에서도 따르겠나. 저는 안 따를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솔직히 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계엄 발동 우려를 일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는 지적에도 김 장관은 "확실히 없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김 장관이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러 회동한 것을 지적하며 "계엄령 이야기 안했냐"고 따졌고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이 자리는 거짓 서동하고 정치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새각한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이들의 회동에 대해 "계엄령 대비를 위한 친정 체제를 구축 중이고 김 후보자의 용도도 그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후보자를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방첩사, 수방사가 하나의 라인으로 구축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후 박 의원이 10월 8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과 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이 모두 충암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꼽으며 "여인형 방첩사령관 하는 것 보면 전두환·차지철 같아서 아주 좋다"라고 비꼬자 김 장관은 "감사하다"고 받아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충암고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계엄에서 역할을 해야 할 주요 사령관들이 충암고로 채워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계엄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2017년 방첩사령부의 전신인 국군기무사령부가 탄핵 정국에서의 촛불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방첩사령관을 충암고 출신이 맡으면서 윤 대통령이 이들에게 지시해 계엄 선포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해 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 구금한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강하게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9월 2일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 정치를 닮아가고 있다. 계엄론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야당의 계엄 농단, 국정 농단"이라며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면 당 대표직을 걸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회 위원들은 계엄을 우려해 법을 개정하는 등의 움직임까지 보이기도 했다. 9월 20일 김민석 최고위원은 같은 당 국방위원인 김병주·박선원·부승찬 의원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계엄법·국가배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전시가 아닌 때 계엄을 선포하려면 사전·사후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계엄 선포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 국회의원이 현행범으로 체포·구금된 경우에도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에 참석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 등을 개정안에 담았다.
이후 석 달이 지난 12월 3일 계엄을 부인하던 대통령실은 결국 한밤중에 비상계엄 카드를 꺼내 들었고, 국회의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음에도 아직도 이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 당시 계엄 의혹 제기에 대해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및 국방위 위원들의 전망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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