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독립영화의 오늘을 알려온 서울독립영화제가 50주년을 맞이했다. 그 기나긴 여정을 돌아보며, 서울독립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1백 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그중 장편 10편, 단편 10편을 만든 스무 명의 감독에게 서울독립영화제의 인연과 추억을 물었다. 50년의 시간을 생생히 목격하고 함께해온 20인의 목소리. 그 안에는 독립영화에 대한 사랑과 서울독립영화제를 향한 응원이 분명히 담겨 있다.
윤가은 감독 <콩나물>
서독제와의 인연 늘 관객이나 팬으로서 찾던 서독제에서 <콩나물>을 상영할 수 있어 기뻤다. 무척 떨렸는데 다행히 관객들이 즐거워해줘서 겨우 마음을 놓았다.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의 열기, 사무국에서 건네준 따뜻한 말, 자원활동가들의 다정한 눈인사 같은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내게 큰 힘을 주었다.
기억에 남는 순간 2019년에 영광스럽게도 서독제의 본선 경쟁 심사를 맡았다. 문소리 배우, 신연식 감독, 정민아 평론가, 박정훈 촬영감독과 일주일 내내 붙어 다니며 장단편 영화, 극영화, 다큐멘터리, 실험 영화 등 서른 편이 넘는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퍽 힘들었지만 더없이 좋았던,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두 번째 장편을 만들고 막 개봉한 시기라 영화 작업 자체에 지쳐 매너리즘에 빠진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이 경험 덕분에 영화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고민할 수 있었다. 단기 속성으로 영화인 재활 교육을 받는 느낌이었달까.(웃음)
나에게 서독제란 매년 서독제 상영 시간표가 공개되면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웃음) 올해는 어떤 놀라운 영화가 상영될까. 어떤 멋진 감독이 새로운 시도를 했을까. 기대와 설렘, 질투와 선망이 뒤섞인 극도로 흥분한 마음을 갖게 된다. 상영 시간표가 나온 뒤 나만의 스케줄을 짜며 영화를 기다릴 때는 어찌나 짜릿하고 즐거운지. 사실 영화 보는 게 좋아서 영화감독이 되려고 했는데, 가끔 그 진심을 잊고 이 일에 지치곤 한다. 그럴 때면 서독제에서 만난 이상하고 놀라운 영화를 생각하며 다시금 정신을 차린다. 서독제는 내게 영화란 무엇인지, 나는 왜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지 곱씹게 하는 소중한 존재다. 서독제가 관객들과 동고동락하며 더 새롭고 놀랍고 이상하고 문제적인 영화를 발굴해 우리에게 선물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50년, 또 1백 년까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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