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이후 MBK파트너스가 다시금 롯데카드 매각 추진에 나선 걸로 보인다. 매각 주관사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요 금융지주가 유망 인수사 후보로 거론돼서다.
연말 인사가 한창인 금융지주들이 당장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은 낮다. 이미 카드 자회사를 보유한 금융지주들은 인수를 통한 시너지가 예상되지 않고는 쉽사리 추진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각 가격도 높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실제 매각까지는 좀 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인 가운데 롯데카드는 인수 의사를 표시하는 새 주인이 나타나기까지 브랜드력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MBK, 매각 추진 재도전?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매각 주관사로 UBS를 선정했다. 지난 2022년 8월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JP모건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선 예비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와 KT 등이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몸값 3조원에 본입찰이 무산된 걸로 알려졌는데 그해 11월 일명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부담 역시 인수 불발에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도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위축되면서 시장 금리가 폭등하자 당시 전 업종에 대한 인수합병(M&A) 시장은 경직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건설사는 물론 금융사도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며 매각 추진이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후보 거론되는 금융지주들
실제 의사와 별개로 주요 금융지주들은 유력 인수군으로 떠올랐다. KB금융지주는 중상위권인 국민카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유망 후보로 거론됐다. 하나금융지주도 비슷한 맥락에서 언급됐는데 2019년 롯데카드가 처음 인수 매물로 나왔을 당시에도 참여한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후보로 올랐지만 시장점유율이 이미 1위이기에 가능성은 가장 낮아 보였다. 우리금융은 은행을 통해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인수 관련 우선검토권이 있지만 올해 증권사·보험사 인수를 추진한데다 최근 부당대출 관련 정기검사 대상으로 유력 후보에서 제외됐다.
신한금융의 경우 밸류업 공시 이행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과 카드업 최상위 사업자로선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점, 매각 금액이 적정 판단 금액보다 높다는 점을 들어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4대 금융사가 밸류업 공시에 따른 이행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 보통주자본(CET1) 비율 관리는 필수사항”이라며 “현 시점에서 지분투자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및 이에 따른 CET1 비율 관리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카드업의 경우 중복거래 중인 소비자가 많아 신한·KB 등의 가장 규모가 큰 사업자의 경우 하위 사업자와의 M&A를 통한 규모 확대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우리·하나 등 중저 규모의 사업자의 경우 롯데카드 인수에 따른 규모 확대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롯데카드에 대한 매각 예상 금액이 3조원을 호가하고 있지만 실제 해당 회사의 적정 규모는 2조원 내외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 의견인바 적정 매각 금액이 돼야만 거래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매각 추진까진 시간 必…M&A 역학관계 주목
인수 후보사 및 업계 의견에 비춰보면 실제 매각 과정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보다 걸릴 전망이다. 롯데카드가 처음 매물로 나온 2019년엔 롯데지주의 금산분리 문제로 정해진 기한에 따라 인수가 추진됐으나 이번의 경우는 구체적인 계획도 알려진 바 없다.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롯데지주에서 매각을 추진했을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라며 “당시엔 데드라인이 정해져있어 주관사를 정하고 몇 개월 내 숏리스트를 작성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일이 있었는데 그 정도로 구체화된 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매각 재추진 관련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MBK파트너스 홍세규 전무는 더리브스 질의에 “롯데카드는 매각을 시작도 안 한 상태인데 한경의 오보성 기사로 질문하시는 거냐”라고 반문했다.
실질적인 매각 재추진 시점도 불확실한데다 시장에선 주로 매각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지만 롯데카드가 꾸준히 키워온 기업 가치에 대해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일은 매각 성사에 관건이 될 수 있다.
롯데카드가 MBK파트너스 소유인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를 통해 2019년 10월 이후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래 자본 성장이 이뤄진 건 사실이다. 롯데카드의 자기자본 규모는 2020년 2조4708억원에서 올 3분기 말 기준 3조4970억원으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였다면 시총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으로 평가가 통상 이뤄지지만 비상장사는 자본총계가 사실상 기준이 되는데 영업 자산이 성장한 건 사실”이라며 “롯데카드의 점유율이 10%는 되는 만큼 딜의 핵심은 시장에서 영향을 미칠 역학관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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