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플라스틱 협약의 제5차 협상이 12월 1일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종료되며,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한국 부산에서 170여 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주일간 진행되었으나, 주요 쟁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내년으로 논의가 연기됐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포함할지 여부였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르완다 등 100개국 이상으로 구성된 연합은 플라스틱 생산을 제한하는 구속력 있는 조치를 요구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은 이를 강력히 반대하며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협상은 합의 없이 종료되었고, 초안을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WWF는 이번 협상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일부 국가들이 실질적인 공약 도출을 저지했다고 지적했다. 파나마 대표 후안 카를로스 고메스는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대량살상무기와 같다"며 강력한 규제 필요성을 호소했으나, 협상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유엔은 매년 전 세계에서 약 4억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2년 유엔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억제를 위한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번 협상에서 구체적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협상에서는 플라스틱 원료인 석유를 주요 생산품으로 하는 국가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로 직면한 태평양 섬나라 간의 입장 차가 두드러졌다. 피지와 같은 섬나라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삶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플라스틱 생산 규제와 명확한 감축 목표를 요구했다.
협상 과정에서 자금 지원 문제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개발도상국들은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시스템 강화를 위한 펀드 설립을 요구했으나, 선진국과의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또한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 규제와 대체 가능한 일회용품에 대한 합의도 실패했다.
회의 말미, 협상위원장 루이스 바야스는 "작업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며,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걸친 규제를 포함하는 새로운 협약 초안을 바탕으로 협상을 재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건강과 천연자원을 중시하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으로 협상이 연기됨에 따라,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공통된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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