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년 1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까지 약 3주가 남은 만큼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간의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개최하고 내년 1월 23일 임시 주총 개최 안건을 의결했다. 의결권을 가진 주주를 확정하는 주주명부는 이달 20일에 폐쇄한다.
최 회장이 임시 주총 소집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어차피 열어야 할 임시 주총이라면 고려아연이 의장권 등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주총을 개최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법원이 영풍 측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인용하면 주총 개최 시기는 비슷하더라도 주총을 주도하는 의장직이 MBK·영풍 측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풍 측은 지난달 27일 법원 심문 기일에서 늦어도 1월 16일 전에는 임시 주총을 개최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 주총 개최일이 확정되면서 의결권 확보를 위한 양측의 물밑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MBK·영풍은 39.83%, 최 회장 일가는 17.18%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호 세력 지분을 합해도 최 회장 측 지분은 약 34%에 불과해 MBK·영풍보다 5%가량 떨어진다.
MBK·영풍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은 양의 주식을 꾸준히 매수할 계획이다. 앞서 MBK·영풍은 지난달 11일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이후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 1.36%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최 회장 측도 최근 본격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섰다. 최 회장의 어머니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비롯한 일가는 약 260억원을 투입해 추가로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했다. 또 고려아연 지분 1.92%를 보유한 영풍정밀은 지난달 28일 최대 400억원어치(약 2만5000주)의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최 회장 측 자금 여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투자증권(0.8%) 등 최 회장 측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던 곳 중 일부도 최근 지분을 매각했다. 이에 일각에선 고려아연이 10월에 설립한 '고려아연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자사주 의결권을 되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행보도 임시 주총 표 대결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고려아연 지분 7.48%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위탁운용사가 상당량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는 3~4%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이 한미사이언스 때처럼 중립을 유지하면 향후 경영권 분쟁은 MBK·영풍 측에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다음 달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MBK·영풍 측은 이번 임시 주총에 총 14명의 신규 기타비상무이사·사외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 안건을 올렸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인사 12명, 영풍·MBK 측 인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14명의 신규 이사가 무더기로 선임되면 이사회는 영풍 측 인사 15명, 최 회장 측 인사 12명으로 재구성될 전망이다.
다만 MBK·영풍 측이 제안한 신규 이사들이 모두 선임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에는 이사 수 제한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과도한 이사 선임에 따른 경영 혼란으로 소액 주주와 투자자의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사 선임은 주총 보통 결의 사항으로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과반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